비료, 유해물질 범벅
농촌에 살지 않는 이들에게 비료는 참 먼 이야기다. 어떤 비료를 어떻게 뿌리는지 본 적도 없고 도무지 감감할 뿐이다. 하지만 의외로 가까운 데 있는 게 비료다. 농민들은 농작물에 비료를 뿌리면서 이를 들이마시고 비료성분을 담은 농작물은 도시민이 먹는다. 국내 비료시장 규모는 친환경 유기농 비료까지 합쳐 연 2조~3조원대로 추정된다. ‘친환경 비료 지원’ 명목으로 혈세도 연간 수천억 원이 투입된다. 우리나라는 2기작 이상 농업형태가 많아 외국에 비해 비료사용도 훨씬 많다. 비료에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는 건 명백히
현직 군수와 후보들, 브로커에 줄줄이 ‘노예각서’
1995년 민선자치가 시작된 이래 전북 임실군은 3명의 후보(재선 포함)가 비리혐의에 연루돼 내리 낙마했다. 또 현 군수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군수가 됐다 하면 법정에 서게 됐고 직을 잃게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취재의 시작은 ‘왜 임실군이 군수의 무덤이 됐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사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임실오적(任實五賊)’이라는 브로커 세력이 불명예스러운 상황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빈소에서 유서를 처음 접했을 때 놀란 마음은 뉴스를 접한 시청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지만 그 싸움 안에 깃든(?) 인간미나 정은 찾을 수 없는 게 요즘이구나 하는 허탈한 마음과 함께 취재가 시작됐다.OO이가 이렇게 유서를 남긴 건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인 것 같다는 부모의 말,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던 날 유서가 없었다면 묻혔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우동기 교육감의 말처럼. 13살 소년이 자신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못한 채 목숨을 끊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남겼던 긴 글은 슬프
10대가 아프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한 중학생이 A4용지 네 장짜리 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이는 유서에 좋은 성적만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잘못됐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줄에 “곰인형과 아이팟을 함께 묻어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10대들 역시 이 아이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달 이상의 기획회의가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자들 대부분이 이미 30대인 상황
선관위 디도스 공격 ‘금전거래’ 있었다
지난해 10월26일 선관위 사이버 테러가 있던 날,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 공당에 의한 선거제도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에 대한 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납니다. 디도스 공격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20대 비서가 기획한 디도스 공격이라는 상식과 배치되는 결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하지만 다시 디도스 공격이라는 주제 앞에 섰습니다. 그 ‘팩트’에서 출발해보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기자라고 배웠습니다. 합리적 의심은 고민의 시작일 뿐 보도의 시작은 팩트입니다
최루탄 국회
한·미 FTA는 미래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엄청난 국가의 중대사이다. 아직도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당시 미 의회의 비준안 우선 처리로 촉발된 국내의 비준안 처리 논란은 야당의원들이 외통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여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며 정치·사회적으로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낳고 있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여야의 대립 속에 여당인 한나라당이 11월2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이틀 앞서 회의를 기습 개회하고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를 시도하는 과정
새만금방조제 유실
세계 최장 33km, 완공까지 19년, 쏟아 부은 혈세만 3조원, 새만금방조제는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환경론자들에게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개발론자들에게는 낙후된 지역을 일으켜 세울 미래 성장기반으로 마치 성역처럼 여겨져 왔다. 세계의 유례없는 대역사라는 자화자찬에 가려지고 환경의 재앙이 올 것이라는 경고에 묻혀 ‘방조제가 안전한가?’라는 문제제기는 지금껏 제대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 ‘방조제의 안전성’은 문제를 제기하는 자체가 소모적인 논쟁거리로만 치부될 것이 뻔했다. 나 역시 카메라기자가
구제역 매몰지 돼지사체 비료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전국은 올해 초 구제역 공포에 떨었다. 정부는 ‘외양간’을 고치려 했다. 잃어버린 소·돼지 사체를 재활용해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다. 친환경 비료를 만들어 농가를 지원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취재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과정이 머릿속에 한 장의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남양주시에서는 구제역 매몰지에서 꺼낸 돼지사체 행방을 쫓았다. 농장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한나절 동안 ‘뻗치기’한 끝에 남양주시가 돼지사체를 꺼내 다른 지역 비료공장
MB 美의회 연설은 로비 업체 작품이었다
‘MB 미 의회 연설은 로비업체 작품이었다’를 선정해준 심사위원과 이를 평가해준 기자협회에 우선 감사드린다. 수상을 하면서도 이 작품을 출품하기 전 가졌던 망설임이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배경부터 설명하고 싶다.기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청와대가 미국 ‘로비업체’에 의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기자는 지난해 중반 ‘K스트리트’라는 책을 저술했다.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활동하
벤츠검사 비리 의혹
지난해 11월 사건 제보자를 취재하다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검사(여)가 부장판사 출신의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남)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수천만 원을 쓰고 법인 명의로 벤츠 승용차를 빌려 탔다는 것이었다. 가족도 아닌데 벤츠 승용차를 그냥 주진 않았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해당 검사의 사표가 불과 며칠 전에 수리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추가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나 곧 난관에 봉착했다. 남녀 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 어려웠다. 당시 검찰은 이러한 내용의 진정을 4개월 전에 받고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였
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투자 손실 SK그룹 보전 의혹 수사
이번에 문제가 된 SK 사건은 재벌이 공적인 회사자금을 펀드와 저축은행을 이용하여 회사 밖으로 빼돌린 후 이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용한 중대범죄이다.SK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수년 전부터 고위험의 선물옵션 투자를 해왔다. 무속인 김원홍씨의 권유에 의해서다. 물론 재벌 회장이라고 해서 선물옵션 투자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문제는 다음부터다. 두 사람은 제1금융권에서 거액을 빌려 선물옵션 투자를 했다가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자 제2금융권의 저축은행에서도 거액을 빌렸다. 하지만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저축은행으로부터
경향 ‘벤츠 검사 비리 의혹’ 과감한 첫 보도 ‘호평’
지역취재보도 부문 수상작 두편 모두 심사위원 고른 지지 받아본심에 오른 23편의 후보작 가운데 6편이 255회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됐다. 보통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벤츠 검사 비리 의혹’(경향신문)이 압도적으로 뽑혔다. 이 사안은 몇몇 언론사에 제보가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향신문이 과감하게 먼저 보도하면서 그렇지 않았던 곳과 분명하게 차별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첫 기사 이후 후속 기사에서도 경향신문은 적극적으로 보도했다는 평가도 있었다.‘최태원 회장…
한겨레 ‘디도스 공격 금전거래’ 등 5편
한국기자협회는 17일 제256회(12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민경중·CBS제주본부장)를 열고 한겨레21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금전거래’ 있었다’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31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작이다. ◇취재보도부문 △한겨레21 하어영 기자 외 ‘선관위 디도스 공격 ‘금전거래’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부문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외 &l
경향신문 ‘벤츠검사 비리 의혹’ 등 6편
한국기자협회는 27일 제255회(11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민경중·CBS제주본부장)를 열고 경향신문의 ‘벤츠검사 비리 의혹’ 등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내년 1월3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작이다. ◇취재보도 부문 △경향신문 정제혁 기자 외 ‘벤츠검사 비리 의혹’ △한국일보 김영화 기자 외 ‘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투자 손실 SK그룹 보전 의혹 수사 특종’ △세계일보 한
이제는 馬韓이다
지난 1996년 나주 복암리 3호분의 발굴은 고고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영산강 고대문화권이 백제와 다른 독립된 정치 문화체였다는 사실이 학계에 수용된 것이다. 그동안 역사 교과서에는 4세기 중반 백제 근초고왕이 영산강 유역을 정벌, 마한이 소멸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나주 복암리 3호분 발굴을 통해 고고학적 자료는 분명하게 6세기 초엽까지 백제와 다른 정치체를 유지했음을 보여주었다.하지만 정작 고교 교과서에는 이러한 학계의 연구 성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또 영산강 유역에 14기나 분포한 일본식 묘제인 전방후원분(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