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위안부 소녀상 말뚝테러' 보도 심층취재 전형"
제26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기자상 심사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8.16 19:32:28
‘한·일 군사협정’ 보도, 속보성·정확성 떨어져 아쉬운 탈락빠른 것과 정확한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언론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제262회 이달의 기자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선행 보도와 내용이 충실한 보도 어느 쪽을 더 평가해야 하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경쟁한 세계일보의 ‘정부, 일본과 군사협정 체결 확정’과 헤럴드경제의 ‘한·일 군사협정 국무회의 꼼수…국민여론 무시’는 정부가 국민의 눈을 속이고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일을 다뤘다.
속보성에선 세계일보가 앞섰다. 세계일보는 6월 27일 새벽 2시부터 관련 보도를 인터넷에 띄웠고 27일자 조간신문에 보도했다. 반면 군사협정이 전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사실을 모르고 그 다음주 국무회의 안건에 오를 것이라고 부정확한 보도를 했다. 헤럴드경제는 27일자 석간신문에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처리됐다’는 이 사건의 핵심 골자를 제대로 보도했다.
심사위원들 중에는 “세계일보 보도가 다소 부정확했지만 흐름의 변화를 간파했고, 그 결과 다른 언론들의 취재도 불을 댕겼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는 쪽도 있었고, “헤럴드경제가 보도 시점은 늦었지만 협정 처리방식에서 문제점을 제대로 짚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쪽도 있었다. 양측 주장이 한 치 양보 없이 맞서면서 그것은 결국 양쪽 모두 단독 보도로서 수상을 하기엔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결론으로 의견이 수렴됐다.
중앙일보의 ‘日 우익 정치인 위안부 소녀상 말뚝테러 연속 보도’는 취재기자가 인근 횟집 CCTV를 확인해 말뚝을 들고 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본 우익 정치인의 소행임을 확인한 점에서 심층취재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의 ‘GPS 간첩사건 추적 보도’는 경찰 발표와는 달리 피의자가 비전향 장기수가 아니었으며, 피의자가 수집했다는 자료도 군사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내 경찰수사의 기본 팩트상의 허점을 파헤친 수작이었다. 다만 심사위원 중엔 피의자들이 북 공작원들과 접촉했다는 주 피의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법정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과학교과서 진화론 개정 특종연속 보도’와 ‘서울대 교수 논문조작 특종 연속보도’는 같은 필자들의 2건도 나란히 취재 보도 부문 심사에 올랐다. 두 보도 모두 다른 경쟁지들이 비중 있게 후속 기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특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두 보도 모두 10면과 11면에 실리는 등 지면 배치를 소홀히 해서 매체 스스로 기사의 영향력를 축소시킨 것이 아쉽다는 말들이 나왔다. 두 건 중 서울대 교수 논문조작 건을 수상작으로 골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부산 경남지역 민방인 KNN의 글로벌 대기획 4부작 ‘위대한 비행’이 논란 끝에 수상작으로 꼽혔다.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도요새의 이동경로를 따라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총 9개국을 돌며 1년 동안 촬영하는 등 거의 4년에 걸쳐 이뤄진 작품의 완성도는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는 데 이의가 없었다. 다만 기자의 보도라기보다는 PD의 작품 범주에 속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한편에선 경남 창원시의 동아시아 해양회의 행사에 맞춰 창원시 지원에 따라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나올 경우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의견도 있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 선정된 인천일보의 ‘인천시 교통카드 롯데그룹 특혜의혹 연속보도’는 대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거액의 광고비를 미끼로 시 행정 절차를 왜곡한 과정을 꼼꼼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깝게 차점으로 탈락한 G1강원민방의 ‘배터리로 민물고기 싹쓸이 연속보도’는 주제 자체가 많이 다뤄진 것이긴 하지만 이전 보도들보다 많은 공을 들여 이 문제의 전국적인 심각성을 잘 부각시킨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선 연합뉴스의 ‘중국군 압록강 도하훈련’ 사진 보도가 좀처럼 포착하기 쉽지 않은 장면을 담았다는 찬사 속에 선정됐다. 마침 북중 접경지대를 취재하던 중 도쿄 특파원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넘겨받았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는 평도 있었지만 행운도 실력 있는 사람,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라는 의견에 심사위원 모두 수긍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