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검증 추적
제26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겨레 박현철 기자
한겨레 박현철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9.13 09: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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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박현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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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비슷한 대법관이 언젠가는 한 명 더 임명될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
2008년이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많은 시민들이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습니다. 그는 ‘촛불재판’을 맡고 있던 판사들에게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 재판을 독촉했습니다. 야간집회 금지 법률 등에 대한 위헌심판이 제청된 상황이었는데도 그는 ‘대외비’를 강조하며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고를 재촉했습니다.
얼마 뒤 그는 대법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뒤 그가 법원장 시절 보낸 이메일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유례없는 법원장의 ‘재판압력’이었습니다.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입니다. 헌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버텼습니다. 후배 판사들이 실명을 걸고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그냥 버텼습니다.
그러나 넋 놓고 바라보기에는 대법관의 자리가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법관의 임기는 6년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대법관이라 생각했습니다. 인사청문 제도 도입 초기, 날이 시퍼렇게 서있던 언론의 모습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김병화 전 대법관 후보자는 억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전 후보자는 지난 7월26일 자진사퇴를 하면서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일저축은행 브로커와의 막역한 관계 등 의혹이 적지 않았던 김 전 후보자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임은 따로 있습니다. 여러 흠결에도 이미 대법관에 오른 ‘그’와 그를 비롯한 여러 부적격 고관대작들을 임명한 정부입니다.
상식이 뒷걸음질치는 세상에서 언론의 역할이 막중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한 저희의 작은 노력에 큰 격려를 보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