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비행

제26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KNN 진재운 기자


   
 
  ▲ KNN 진재운 기자  
 
취재는 4년 전인 지난 200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동강 하구 갯벌에 색색의 가락지를 단 도요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추적결과 뉴질랜드에서 한 학자가 가락지를 달아 날려 보낸 것이다. 4개의 가락지 색깔을 따 얄비(YRBY/Yellow,Red,Blue,Yellow)라는 애칭까지 붙여졌다. 그 전까지도 어느 정도 이동경로는 알려져 왔으나 실제 목격되기는 처음이었다. 시작은 여기서 부터다. 그해 8월 뉴질랜드로 1년간 연수를 떠나면서 현지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곳에서 안 사실 한 가지, 학자들이 해마다 도요새 수 백여 마리를 포획해 가락지를 매달아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놈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도요새에겐 이동하는 그 자체가 생사를 건 위험한 여행이면서 그들이 먹고 쉴 수 있는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런 가운데 얄비는 그 후에도 4년 연속 뉴질랜드와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되었다. 생사를 건 위험한 험난한 여정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팩트였고 단신 기사였다.

취재진은 이 얄비의 이동경로를 따라 사람과 새가 자연이라는 거대한 고리 속에서 서로 얽혀 살고 있음을 보여 주려 했다. 하지만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한반도를 그쳐 알래스카까지 가서 번식한 뒤 다시 뉴질랜드로 날아가는, 1년에 3만km를 나는 도요새를 추적하면서 촬영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이를 위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추가 자료조사와 촬영팀 자문팀 그리고 촬영에 투입되는 제작비 마련을 시작했다. 다행히 대한민국 환경수도를 표방하는 창원시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면서 2011년 2월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하지만 가능한 부분은 이놈의 정확한 생태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며 취재기자가 생물학적인 부분과 함께 생태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야 했다. 결국 도요새가 도착하는 지점에 먼저 가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뉴질랜드와 호주 파푸아 뉴기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한국, 몽골, 알래스카까지 1년에 9개국을 꼬박 따라다니며 촬영을 마쳤다.

300g이라는 워낙 작은 몸집 때문에 힘든 촬영은 초고속촬영과 씨네플렉스라는 특수촬영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그리고 이 촬영과정에서 아직 전 세계 방송사들이 아직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알래스카 유콘강 하구 촬영 등 독특한 성과도 일궈냈다. 여기에 생태문명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도입했다. 동아시아와 호주 그리고 북아메리카를 연결하는 거대한 연결고리의 소재는 아직 세상에서 다뤄보지 못한 소재이면서 동시에 아시아 오세아니아뿐 아니라 유럽 등 서구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취재기자는 글로벌스탠더드의 작품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과정에서 영국BBC의 제작기법을 별도로 공부하면서 여기에 동양적 색채를 퓨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결국 그렇게 새로운 모습의 기획보도물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무엇보다 단신으로 취급될 수 있는 팩트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가장 글로벌한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자평한다.

방송이후 해외 다큐멘터리 마켓시장에 수출용으로 출시함과 동시에 영화배급사에서 영화로 만들 것을 제안해와 지금 진행 중이다. 특히 이달 초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11차 람사르총회에서 사상최초로 본회의 초청작으로 상영되면서 각국 대표들의 호평을 받았다.

취재기자로서 현장에서 다큐멘터리 설명을 진행하면서 호기심을 넘은 박수와 자국 상영을 하고 싶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람사르사무국은 “습지와 인간과의 관계를 뛰어난 영상미로 그려낸 수작...”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보도기획물은 또 한편으로 지역방송의 킬러콘텐츠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대학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지금부터 할 일은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공유하도록 하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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