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OTL - 의료 상업화 보고서
제263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한겨레21 김기태 기자
한겨레21 김기태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9.13 0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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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21 김기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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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멀쩡한 환자의 허리를 갈라 굳이 수술한다고 하더라.” “레지던트가 졸다가 환자 몸속에 수술용 가위를 두고 봉합을 했다더라.”
병원을 둘러싼 흉흉한 괴담들입니다. 그냥 지나치기에, 연기는 이미 매캐했습니다.
‘병원에 가짜 환자로 잠입해보자!’ 병원 현장의 실태를 규명하려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떠올린 방법이었습니다. 치료 건수가 많고 최근 급성장한 병원을 골라 직접 처방을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정의료를 할 것으로 추정되는 공공병원도 찾았습니다. 척추병원 2곳, 치과의원 3곳, 치질병원 2곳, 무릎수술병원 2곳의 처방 내용을 비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과잉 진단·시술의 관행이 놀라울 정도로 적나라했습니다.
의료상업화 문제의 근본 원인에도 접근했습니다. 이른바 ‘빅5’ 병원부터 동네의원까지 의료상업화의 거센 폭풍으로 무한경쟁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공공의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원도 삼척의료원을 찾아 2박3일의 현장 르포를 통해 공공병원의 문제점을 부각했습니다. 공공의료의 아성이라는 서울대병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의 실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의료상업화를 통해 이득을 보는 자본은 우리 사회에 의료영역을 계속 시장으로 떠밀었습니다. 지난 1980년 미국에서 도입된 ‘의산복합체’ 개념을 통해 한국의 의료상업화 추진 세력을 조망했습니다. 정부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의료상업화를 부추기고, 대자본은 의료영역을 미래의 수익원으로 점찍었습니다. 우리의 건강은 뒷전이었습니다.
지난 5월7일(‘한겨레21’ 909호)에 시작한 기획은 7월16일까지 8차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도움을 준 무수한 전문가들과 ‘한겨레21’ 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세상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건강과 생명의 논리도 시장의 힘에 거칠게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이 그 위험한 흐름에, 시끄럽게 울리는 경종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