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익 정치인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제26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중앙일보 윤설영 기자


   
 
  ▲ 중앙일보 윤설영 기자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보도는 윤미향 정대협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진을 들고 처음 위안부 박물관에 갔을 때 단서라고는 2개의 함을 들고 온 일본인 남자 2명이라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수시간을 뒤진 끝에 그들이 지나간 길가의 CCTV,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준 집배원의 증언을 확보했고, 지난 3월 주일 한국대사관에 꽂힌 말뚝과 같은 말뚝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순간 일본 우익의 계획된 테러라고 확신했습니다. 전략적으로 JTBC 밤 10시 뉴스에 단독영상을 보도하고 다음날 중앙일보 조간을 통해 이를 더욱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다음 날 일본인들이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에도 말뚝을 묶고 간 동영상 등을 잇따라 단독 보도하면서 이 사안은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탄원, 외교부의 유감 표명, 위안부-성노예 명칭 변경 논란, 트럭운전수의 대사관 돌진 등 파장이 이어졌습니다. 2주 뒤 당사자 ‘스즈키 노부유키’에 대한 입국금지를 이끌어내면서 이번 취재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췄습니다.

‘이름 없는 극우 일본인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번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에 관한 취재를 하면서 싸워야 했던 우리사회의 일부 목소리였습니다. 이번 보도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기사의 주인공 ‘스즈키 노부유키’일겁니다. 말뚝 테러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뒤 일본에서도 우익단체 집회마다 말뚝을 들고 나타납니다. 물론 일일이 대응할 가치도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무대응이 정답은 아닙니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선동하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 1930년대 대동아 전쟁을 선동한 일제의 모습이 비쳐져 섬뜩합니다. 일본이 언제든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며 야욕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보도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일으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운동은 이제 겨우 20년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부터가 기억 속에서 할머니들을 지워버린 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피해 할머니들의 기억에만 의존하는 운동에서 전략적으로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운동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안은 JTBC와 중앙일보가 영상과 활자로 동시 전달했기에 파급이 컸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사진 한 장에서 기사의 가치를 발견하고 끝까지 지원해주신 동료,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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