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기관도 속이는 원산지 둔갑
“이상훈 기자! 기자협회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워낙 쟁쟁한 출품작들이 많아서 속으로 ‘그래, 출품한 게 어디냐’며 큰 기대 없이 지내던 내게 초대형 사고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이상하게도 당시 취재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른 건 왜일까. 전국 세관직원들에겐 이미 유명인사가 된 문제의 수산물 수입업자. 그 분(?)의 물건이 중국에서 입항하는 장면부터 찍기 위해 인천항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혹시나 인천항 직원을 통해 정보가 새 나갈까봐 몰래 촬영하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및 이메일 사태
서울중앙지법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가을부터 들려왔다. 당시 형사단독판사들의 사무실에 일일이 찾아가 물어봤지만 이미 “덮고 넘어가기로 한” 일이 된 마당에 형사단독판사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아 잠정적으로 취재를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지난달 한 판사가 인사이동을 앞두고 “사실은 맞는 내용이었다”며 양심고백(?)한 것을 계기로 막혔던 취재가 풀리기 시작했다. 부담을 느껴서인지 누구도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지 않아 이 사람에게 이 부분을, 저 사람에겐 저 부분
불길에 휩싸인 철거민
새벽 4시, 헐레벌떡 다시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불과 두 시간 전까지 조용했던 용산 한강로 남일당 빌딩 일대는 수많은 경찰과 차량들, 사이렌 소리, 경광등 불빛들로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철거민들의 점거농성에 대한 경찰의 유례없이 신속한 진압작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날 철거민들이 건물을 점거한 직후 현장에 모인 기자들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던 오산이나 상도동을 떠올리며 경찰이 쉽게 진압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자들은 해가 저물기도 전에 현장을 떠났고 실제로 자정이 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사무
입양되는 한국 아이들
‘미군으로서 자부심을 지키자.’ 미 군속에게 허위 입양되어 미군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한국 학생들을 취재하기 위해 미군기지 내로 들어가기 전 용산 미8군 검문소에 붙어 있던 포스터의 글귀다. 교육 때문에 입양되는 한국아이들을 보도하게 된다면 한국 학부모들의 왜곡된 교육열은 몰라도 세계의 경찰이라고 자칭하는 미군이 적어도 위장입양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 캐치프레이즈였다.하지만 돈 거래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도 후 미군의 반응은 교육 때문에 자식의 호적을 파는 한국 학부모들보다 더 기가 막
석면광산 폐질환 공포
몇 년 전 ‘티핑 포인트’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엄청난 변화가 때로는 작은 일에서 시작되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사회학적 개념. 이번 ‘석면 광산’ 보도가 그랬다. 지난해 3월, 한 환경단체 간부와의 가벼운 식사 자리에서 처음 제보를 받았고,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석면광산 문제가 이렇게 큰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충남 홍성 덕정마을 취재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마스크 등 아무런 안전장비 착용 없이
낙동강 1,4-다이옥산 검출
지난 12월 중순 시경캡으로 출입처가 바뀌었다. 시작할 때면 늘 그렇듯 새로운 의욕과 욕심을 부릴 만도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연말연시 대구 동성로와 서울 여의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새해를 맞아야 했다. 그렇게 보름을 지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다이옥산 사태가 터졌다. ‘낙동강에서 1, 4-다이옥산이 나왔다는데 그게 뭐지?’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보니 클 것 같다는 감이 온다. 사실 확인을 위해 환경청에 전화를 하니 회의 준비로 바쁘다고 한다. ‘회의라? 일단 가봐야겠다.
한상률 국세청장 그림 로비 의혹
몇 년 전 일본 아사히신문을 찾았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넓은 편집국에, 백발의 노(老)기자들이 너무나도 많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40대 중후반이면 현장을 떠나 집(데스크)을 지켜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니 연식(?)이 오래 되고, 인물이 곤란하며, 개인기까지 달리는 나 같은 ‘선수’는 난감할 때가 많다. 현장에 나가면 “아니, 왕고참께서 어찌 취재를?” 하며 애통(?)해하는 이들을 종종 목도하니 말이다. 나야 현장을 누빌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
헤럴드경제 ‘그림로비 의혹’ 적극적 후속보도 ‘호평’
올해 첫 ‘이달의 기자상’에 모두 45건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취재보도 부문 1건, 지역취재보도 부문 2건, 전문보도 부문 2건 등 5건이 뽑혔다. 지역취재보도에서 지역언론들의 출품작들이 충실한 내용이 많았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는 신문통신이나 방송에서나 모두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취재보도 수상작으로 선정된 헤럴드경제(라이프스타일부 이영란 기자)의 ‘한상률 국세청장 ‘그림로비’ 의혹 보도’에 대해선 “사실 확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친노게이트 추적보도’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
국내외 정치, 사회, 문화의 모든 면에서 유난히 사건이 많았던 200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총 52편이 출품되어 올 들어 가장 많은 후보작이 응모하였다. 예심과 본심을 동시에 합쳐서 진행한 이번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분야에서 많은 상이 나왔으나 가장 많은 편수가 응모한 지역취재보도 부문(21편)에서는 단 한편의 수상작도 없었다. 출품작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8편이 수상, 연평균(20%)보다 낮은 수상비율을 보여 응모작은 많았으나 수상작은 평균치 이하였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단연 동아일보 법조팀의 &lsqu
위기의 친환경 농업, 인증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전라남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농도이자 친환경 농업의 메카다. 전라남도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면적을 경지면적의 3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할 정도로 친환경 농업을 도정의 최대 역점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어야 하는데 전라남도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이 결국 동티가 났다. 친환경 농업 인증심사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해주며 친환경 인증면적 확대에 나선 것이 화를 부른 것이다. 친환경 농업 인증을 둘러싼 부정과 비리의 중심에는 민간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이 있었다.친환경 농업 인증면적이 기하급수적
한반도 댐 보고서
지금 한반도 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과연 댐은 안전한가? 우리가 마시는 댐에는 어떤 유해물질이 들어 있는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취재에 착수, 한반도 댐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자부심으로 댐 현장과 수자원공사를 수도 없이 방문했다.하지만 자료 접근의 한계에 봉착했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댐은 국가보안시설’로 자료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철저한 비밀에 부친 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큰 사고 앞에는 항상 여러 차례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한반도 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
고마워요 당신의 땀방울
오리발만 주면 태평양의 참치를 모두 쓸어오겠다던 모 참치회사 신입사원의 패기를 닮고 싶었던 때가 불과 2년 전이다. 방향을 잃은 나침반처럼 하루하루 마감을 향해 겉돌고 있던 차에 들려온 ‘이달의 기자상’ 수상 소식은 영화배우 황정민의 ‘밥상 수상소감’까지 떠오르게 만들었다. 선배들이 차려준 밥상을 안고 소화가 됐는지, 배탈이 났는지 느낄 틈도 없이 정신없이 1년을 달리면서 느꼈던 고단함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었다.광주일보의 연중 탐사보도물인 ‘고마워요 당신의 땀방울’…
건설현장의 가려진 진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 20층 아파트 건설현장. 서 있기조차 힘들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밑을 보면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아찔한 고공에서 건설노동자들은 무거운 철근을 옮기고 있다. 그래도 여름이면 일거리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한 노동자의 허탈한 웃음에 취재 도중 힘들다고 말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취재진이 파악한 건설노동자 수는 대략 3백만 명(노동부나 통계청 집계보다 약 70만~1백20만 명 더 많다). 4인 가족으로 보면 약 1천2백만 명, 우리나라 인구 4분의 1이 건설노동에 삶을 의탁한 셈이다.
무기수의 '진범조작' 사건 진실 추적
8년 전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당시 동아일보 법조팀은 외로웠다. 다른 어떤 언론도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팀은 꿋꿋이 사실 관계를 하나하나 검증했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2000년 말 한 노인이 동아일보 법조팀을 찾아왔다. 1972년 9월 강원 춘천시 초등학생 강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15년을 복역하고 모범수로 출옥한 정원섭(74) 씨였다. 그는 “고문과 협박 때문에 허위 자백을 해 무기수가 됐지만, 죽기 전에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여군 군악대장 무죄 확정
지난 4월 초 어느 나른한 주말.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내용이 너무 황당했다.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군 대위가 상관에 대한 항명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데, 유죄가 선고될 것 같다. 여군 대위는 상관으로부터 스토킹을 받았다는데, 군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다고 한다.’거듭 황당했다. 아무리 군대라지만 좀 심한 얘기였다. 조심스레 취재를 시작했다. 당사자인 육군 ○○사단 군악대장 박아무개 대위의 친구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