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1년, 내 아이는 안전한가?

제22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KBS 박진영 기자


   
 
   
 
아이템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지난 6월 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탐사보도 연수자리였다. 콘퍼런스 과정은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자신이 만든 기사나 보도물을 상연하는 것을 위주로 구성됐다. 방송쟁이다 보니 뉴스나 다큐멘터리 상연에 자연 관심이 갔다.

그런데 성범죄를 주제로 한 ABC 방송 기획물을 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영어가 짧아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방송은 가해자의 얼굴을 체포단계에서부터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미국 기자에게 물었다. ‘소송 안 걸리나?’ 1편 방송에서 소개된 대로 답변은 ‘일부 성범죄자들이 소송을 걸기도 했지만 전부 우리가 이겼다’였다.

많이 다룬 주제이긴 하나 ‘아동 성범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는 결심은 여기서 들었다. 문제는 피해가족을 만나는 것이었다. 남자 기자인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접촉은 어려웠다. 성인도 아닌 아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무작정 들이댄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었다.

어렵게 한 분을 소개받았다. 의의로 어머님이 아닌 아버님이었다. 처음에 2시간 정도 만났는데 나영이가 겪었던 끔찍한 사건과 사법부의 판결 내용 등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내용이 너무 참담해 더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아버님은 두 번째 만났을 때 사진을 보여주셨고, 세 번째 만남에서는 아이를 만나게 해주셨다. 나영이 아버님의 결심이 없었으면 프로그램이 이렇게 파급력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가장 큰 걱정은 아이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었다. 누리꾼 수사대들이 범인의 신원까지 금방 알아낸 마당에 금방 나영이를 찾아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나영이를 취재한 원본 테이프를 모처에 자물쇠까지 걸어 보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속편을 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고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고 1주일 보강 취재 끝에 10월13일 2편이 방송됐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딱 부러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컸다.

방송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나영이’라고 이름을 붙였느냐는 것이었다. 실제 피해 아동 이름과 많이 다르고, 부르기 쉬운 이름을 찾다보니 우연히 생각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 실제 나영이란 이름을 가진 아동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기사를 보니 미안한 생각이 더 들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계기로 말잔치가 아닌 실질적인 아동보호 대책이 나온다면 더 바랄 일이 없겠다. 이제는 프로그램 제작 부서를 떠나서 다시 일선 취재부서로 돌아왔다. ‘시사기획 쌈’이 KBS와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시사 다큐멘터리로 남기를 바란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