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거점병원 내 최초감염
제22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대구MBC 박재형 기자
대구MBC 박재형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1.25 16:21:59
‘장기간 입원해 있던 환자가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평소처럼 보건당국에 신종플루 확진환자를 체크하면서 우연히 들었던 얘기였다. 그게 취재의 시작이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고위험군 환자가 병원 내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 취재진도 충격에 빠졌다. 본격적으로 취재가 이어지면서 거점병원에서 일어난 숨겨진 진실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병원 감염의 특성상 취재에 어려움이 많았다. 병원 내부에서는 함구령이 내려질 만큼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고, 보건당국도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또 대부분 거점병원들은 촬영 자체를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취재진은 병원 내·외부 관계자들과의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병원 감염 추가 사례, 병원 측의 허술한 대응과 은폐 의혹, 역학조사의 신뢰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줄기차게 이어갈 수 있었다.
대구MBC의 보도로 신종플루 거점병원 내 감염사태가 전국적으로 공론화되면서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가 전국의 거점병원들을 재정비하고 병원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입법까지 이뤄졌다. 적어도 병원에 가서 병을 얻게 되는 폐단을 막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은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다. 신종플루가 대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보도가 신종플루 문제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책 때문이다. 이미 수십 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신종플루에 희생됐다. 취재진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기자상 수상으로 신종플루 사태가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 취재진이 매일 회의를 하며 바람직한 취재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며 다시 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 언론사들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대구MBC는 버스준공영제를 비롯해 다이옥산 파동, 국과수 감정 오류, 신종플루 병원 감염 보도 등 올해 지역 현안에 대한 심층취재를 강화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데스크와 기자 간의 원활한 소통과 선후배 간의 끈끈한 유대감 등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기자상 수상의 기쁨은 더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