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탈구 병역비리 수사
제22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SBS 김수영 기자
SBS 김수영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1.25 15:32:19
“병역은 신성한 것이다.”
대다수 남자들이 생각하는 절대 명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본인은 가고 싶지 않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 병역문제 때문에 낙마하고, 숱한 연예인들과 운동선수들이 병역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우리 안에 자리잡은 모순된 모습을 다시 한번 꼬집고 싶었다. 병역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인터넷 카페에서 고의로 어깨를 탈구해 병역을 기피하는 수법이 공공연히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취재 결과 경기도 일산경찰서에서 강남의 어깨 수술 전문 병원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각도로 취재하던 중 병원을 압수수색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담당 형사를 만나 사실관계를 물어봤지만 어깨 탈구 관련 병역 기피자들을 수사하고 있다는 간략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취재원을 통해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수사 전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다시 사실관계를 경찰에 확인한 뒤 9월17일 ‘고의로 어깨수술 204명 대규모 병역비리 수사’를 보도할 수 있었다. 마침 전날 다른 방송사에서 ‘환자 바꿔치기’ 병역비리를 보도한 뒤라 그 파장은 더 컸다.
속보가 나간 이후 ‘병역비리 전담팀’이 구성되고 어깨 탈구수술이 병역기피에 악용되는 실태와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심층 기획을 총 4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했다. 경찰청은 ‘어깨수술 관련 병력비리 수사’를 수도권과 전국으로 확대했다. 또 병무청은 ‘병역면탈 범죄 종합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신체등위 판정기준을 강화하겠다고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어깨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을 해준 병원 측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어서 밝혀낸다고 해도 이를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보도로 병역을 기피하고자 하는 풍토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만났던 취재원도, 조사받았던 사람들도 한결같이 운이 없어서 수사망에 걸렸거나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말을 했다. 지도층의 병역기피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군대는 신성하지만 가고 싶지는 않은 것. 이와 같은 모순은 의무 복무가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지만 여전히 우리는 ‘국방의 의무’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난해한 수사처럼 해결책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문제가 있는 한 보도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