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비밀

제22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 부산MBC 박상규 기자


   
 
   
 
“다큐멘터리 소재로 ‘먼지’ 아니 ‘미세먼지’를 다룬다고?” 
창사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획안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었다. “그림이 우선이다!”라는 말을 수습기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나로서도 사실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대기오염과 관련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기획안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당시는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아스베스토스’(석면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목전에 다가온 방송 준비와 함께 다음에 방송될 기획안을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 그리고 ‘미세먼지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고 보여줄 것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은 깊어갔고 마음은 다급해졌다. 결국 가장 원시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산업의학과 연구팀과 GIS전문가, 대기과학전문가 등으로 공동조사팀이 꾸려졌다. 실제 미세먼지가 사람에게 특히 태아나 어린이, 노인 같은 건강취약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조사해보기로 한 것이다.

부산시와 부산시소방본부 등에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요청했다. 산부인과 병원들이 ‘신생아 출산자료’를 협조해줄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취재진은 산부인과 병원 원장들을 일일이 접촉해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가 제외된 것이기는 했지만 해당 병원 입장에서는 유출을 꺼리는 자료였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았다. 방대한 자료수집과 코딩, 분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이를 통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실체, 그리고 인체 위해성에 대한 비밀을 공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전파를 타고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된 마지막 결과물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족하고 부끄러운 점이 많았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며칠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분석하느라 고생한 양산부산대병원 산업의학과 연구팀이 없었다면 수상의 영광은 물론 프로그램 제작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기획자인 이희길 부장과 밤낮없이 고민을 함께하며 촬영에 몸을 아끼지 않은 이윤성 차장, 그리고 긴 시간 묵묵히 지켜봐주신 보도국 동료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제작부서에서 근무한 1년간 잦은 출장에다 뉴스 출연마저 뜸할 수밖에 없었던 아빠를 기다리며, 아빠가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길 학수고대한 준형, 준범 두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지면을 빌려 늘 든든한 힘이 된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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