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첩보보고서 단독입수

제23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한국일보 박진석 기자


   
 
  ▲ 한국일보 박진석 기자  
 
‘효성 건설부문 임원 2명 기소, 효성수사 종결.’
헛웃음이 나왔다. 길고 길었던 효성수사의 종결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지난 9월30일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 전파된 검찰 공식 ‘풀’ 내용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누구도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효성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06년 은밀하게 시작됐다. 3년 전의 일이다. 수사 본격화 시점으로 따져도 1년6개월을 넘긴 길고 긴 수사였지만 결과물은 너무도 초라했다. 검찰은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 일반 사건보다 더 철저히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입수 시점과 방법을 말씀 드릴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 기자는 처음 그 내용을 확인한 순간 검찰의 현주소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의 검찰은 과연 ‘이용호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를 은폐·축소 수사했던 그 검찰과 다른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은 말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라고 사건을 덮을 수 있겠는가.” 천만의 말씀. 권력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권력은 언제라도 검찰을 주무를 수 있고 검찰은 권력의 의도에 쉽게 굴종하곤 한다.

물론 한때 검찰은 변한 듯 보였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휘둘렀고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은 과거로 회귀했다. 칼은 오로지 전 정권 비리 정황이 포착됐을 때만 칼집에서 빠져 나왔다. 현 정권 비리 의혹 앞에서 검찰은 분노할 줄 몰랐다. 효성 사건은 산 증거물이다.

한국일보는 단독 입수한 첩보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검찰이 효성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대대적으로 제기했다. 해외 재산유출, 비자금 조성,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등 첩보보고서에 담긴 모든 의혹 사항들을 보도했고 왜 이 같은 의혹 사항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따져 물었다. 분식회계를 통한 부당한 배당 등 첩보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던 효성의 범법 의혹 사실까지 추가로 문제 삼았고 결과적으로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다.

한국일보의 노력을 인정해 준 기자협회에 감사드린다. 살아 있는 권력에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는 사안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준 회사에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참 좋은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재미동포 블로거 안치용씨께도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의 폭로가 없었다면 검찰의 재수사 결정이 이처럼 신속하게 이뤄지긴 어려웠을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효성 사건이 한 점 의혹 없이 마무리될 때까지 함께 분투하자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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