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폭력조직 대해부
제230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신문부문 / 서울신문 김승훈 기자
서울신문 김승훈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2.09 14: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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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김승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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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조폭 실체를 한번 파헤쳐봐.”
9월 초순 어느 날 저녁, 오병남 편집국장의 주문이 떨어졌다. 머릿속에 ‘청천벽력’, ‘당혹’, ‘난감’ 같은 단어가 스쳤다. ‘조폭’만 해도 버거운데 ‘외국인’과 ‘실체’라는 낱말이 앞뒤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외국인 조폭’이라고 입력해 봤다. ‘베트남 하노이파 조직원 검거’ ‘조선족 폭력조직원 대낮 칼부림’ 등 사건 기사가 줄줄이 쏟아졌다. 인내를 갖고 최근 3년간의 기사를 꼼꼼히 읽었다. 그 어디에도 실체는 없었다. 단순 사건, 사고나 르포 기사뿐이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수사당국 수뇌부와 접촉했다. 그들은 “외국인 조폭과 관련된 자료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대를 걸 데라고는 일선 조폭담당 형사들밖에 없었다. 서울, 경기, 경남, 전북, 충북 등 전국 경찰서의 강력·폭력팀, 외사계 형사들을 상대로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다.
외국인 범죄와 관련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교수들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 몇몇 외국인 폭력조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것을 토대로 재취재에 들어갔다. 강력·폭력팀 형사들 중 ‘조폭통’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을 수소문해 중점적으로 만났다. 서울의 동서남북 경찰서를 두루 돌아다녔다.
하지만 취재를 거듭해도 뭔가가 부족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1%’가 없었다. 그 1%를 채우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여러 곳에 선을 놓은 끝에 조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을 통해 입국 경로, 국내 활동 중인 조직원들의 출신 및 계파, 국내 폭력조직과의 연계, 주요 활동 지역, 규모, 향후 움직임 등에 대해 낱낱이 들을 수 있었다.
취재를 하는 동안 안타까움도 컸다. 폭력조직원들에게 고통 받는 피해자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폭행과 금품 갈취를 당해도 경찰에 신고조차 못했다. 조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면 본인은 물론 본국의 가족까지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던 탓이다. 보도 이후 외국인 전담 수사대, 합동수사본부 등이 검경에 출범했다. 모쪼록 다수 선량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 땅에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외국인 폭력조직을 근절해주길 바란다.
끝으로 취재 기회를 준 오 국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준 주병철 부장, 최용규 부장, 구혜영 캡과 사건팀 선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