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제22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 / 경향신문 홍진수 기자
경향신문 홍진수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1.25 15:46:38
알고 싶었다. 독자들에게 알려주기에 앞서 내가 먼저 알고 싶었다. 도대체 지난해 금융위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지난해 가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마침내 폭발했다. 1997년 IMF 경제위기와 달리 지난해 금융위기는 곧바로 현실적인 위기가 됐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많든, 적든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모두 어렵다는 설명만을 주워들을 수 있었다.
연중 기획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는 이런 사람들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하는 태풍이 어디서 시작됐고, 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했다. 그리고 이런 위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안을 찾아보고 싶었다.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 굴지의 금융기업이 파산을 시작한 지난해 9월 특별취재팀이 구성됐다. 취재팀은 쉽게 금융위기를 야기한 ‘범인’을 찾아냈다. ‘신자유주의’였다. 시장의 힘을 맹신하고 경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신자유주의가 금융위기의 배후에 있었다. 인간의 탐욕이 적절하게 제어되지 못하고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 결과였다. 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이 전세계에 전파했던 신자유주의가 30여 년 만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시리즈는 크게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었다. 1~3부는 현재 금융위기가 벌어지고 있는 아이슬란드와 미국 금융가의 모습,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보급된 영·미식 경쟁시스템이 우리 삶에 미치고 있는 해악을 독자들에게 보여줬다. 4~6부에서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독자들에게 보여 주려 했다. 4부에서는 스웨덴의 의료, 핀란드의 교육, 네덜란드의 노동 등 경쟁을 어느 정도 배제하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다른 사회’를 취재했다. 그리고 5부와 6부에서는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정치 참여가, 이들의 삶을 바꾸었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이제는 쉽게 돌아보지만,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취재에 앞서 기자들은 생소한 경제용어부터 하나하나 다시 공부했다. 국내 전문가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해외 전문가들에게는 이메일로 조언을 구했다. 생생한 사례를 기사화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만났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시리즈 시작 때 ‘기로에 서 있던’ 신자유주의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쟁을 신봉하고 시장을 맹신한다.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시리즈가 이런 삶의 방식을 바꾸는 작은 단초라도 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