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 후쿠시마의 진실
후쿠시마의 가을은 맑고 고요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유난히 청명하고, 들녘에는 벼가 영글어 간다. 누렇게 물들어가는 가을 들판의 적막을 깨는 것은 증기기관차의 기적 소리뿐이다. 힘찬 연기를 내뿜는 육중한 검은색 기관차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달리는 것 같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후쿠시마는 여전히 잔인하다.잠시나마 차창 밖에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광에 매료될라 치면, 운전석 옆에 설치한 ‘공간 선량계’가 수시로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며 경고음을 울려대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보조출연자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
한겨레 사회부 24시팀 박유리 기자입니다. 부족한 기사임에도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9월 말부터 8회 연재한 ‘엑스트라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은 개인적으로 4년간 지켜 본 보조출연자 업계에 대한 노동 보고서입니다. 2009년 문화부 방송 담당 기자 시절 알게 된 보조출연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언젠가는 탐사 보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실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겨울, 잠시 기자직을 떠나 있을 때 보조출연자 노조 위원장 등에게 했던 약속이기도 합니다. 부당 노동 행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군도 댓글을 달았다.”한마디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무심코 한마디를 던진 상대방과 달리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군의 대선개입은 국정원의 정치공작과는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군은 민주주의의 방화벽과 같은 존재입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질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지는 독재의 상처를 남긴 지난 역사가 보여줍니다.예전처럼 개인정보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취재환경에서 대선개입 여론전을 펼친 의심 아이디를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의 것으로 확인하는 작업은 지루하고 길었습니다. 수사를 맡고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는 아
한겨레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진실 규명 호평
부산일보 ‘건강 최악 도시’ 지역에 바탕 둔 기획·취재 돋보여언론이 현대사회에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민주사회 시민들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자의 사명감이 더욱 충실해지는 징후인가? 10월 기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심사에는 출품작이 74편에 달해 최근 5년내 최다 출품의 기록을 세웠다. 매달 평균 출품작 40~60편 사이를 크게 넘어선 출품 기록이다. 최근 다양한 국내외 활동에 따라 높아진 한국기자협회와 ‘이달의 기자상’의 권위와 신뢰에 부응, 사회 모순
한겨레 ‘효성그룹 탈세 보도’ 등 6편 선정
제278회(10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이 선정됐다.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심사회의를 열고 한겨레신문의 ‘효성그룹 수천억 탈세·국세청 검찰 고발키로’ 등 총 6편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시상식은 다음달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취재보도1 부문△한겨레신문 경제부 곽정수 기자 ‘효성그룹 수천억 탈세·국세청 검찰 고발키로’△한겨레신문…
수사기관 개인정보 무단조회 이대로 좋은가
4년 전 겨울 새벽, 낯설었던 경찰서가 기억납니다. 수습기자였던 저는 형사과 구석에 앉아 경찰관들이 수사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지요. 그들은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쌍방폭행 조서를 꾸미기도 했고, 술에 취한 사람이 소리를 질러대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흘끔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난해서 음식을 훔친 피의자에게 더운밥을 먹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경찰서 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저는 ‘법의 얼굴’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명쾌한 언어로 모든 것을 단 한 차례만 설명해주는 종이법전에 비해 경찰은 얼마나 다양한 &ls
범죄 예방의 새로운 대안 ‘셉테드’
3년 전 부산 사상구 덕포동 공·폐가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김길태는 이곳에서 여중생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뒤 유기했다. 이후 한 달 간 공·폐가를 떠돌며 경찰의 추격을 따돌렸다. 김길태 사건 이후 부산 전체에 흩어져 있는 공·폐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우범지대 사는 주민들이 스스로 주변 환경 정비에 나섰다. 본보는 여기에 주목했다.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경기도의회 ‘부정 대리투표’… 의결 안건 사상 첫 무효처리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을 때가 제 기자 인생에서, 힘든 기자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쁘고 힘이 날 때입니다. 특히 기자 선배들이 직접 후보작들을 살펴보고 수상자를 정한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자부심이 생깁니다.사실 이번 취재 ‘경기도의회 ‘부정 대리투표’…의결 안건 사상 첫 무효처리’는 얼마되지 않은 저의 기자 인생을 걸었던 취재였습니다. 저는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9월 13일 경기도의회 현장에 있지 못했습니다.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4일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도의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시리즈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기자상을 받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기자생활 20년이 넘었는데도 이달의 기자상 수상 결정 소식에 수습기자처럼 마음이 설
동양 사태 연속보도
부족한 기사에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습니다. 수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사안들과 그간 숨겨져 있던 진실이 좀 더 드러나길 바랍니다. 금융담당으로서 해당 이슈를 취재하고 기사를 써온 입장에선 검찰 수사가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달 가까이 동양그룹에 집중해온 터라 진이 빠졌다고나 할까요. 이제 조금은 뒤로 물러나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동양그룹 기사를 처음 쓴 게 8월 중순이었습니다. 당시 취재를 마치고 기사화 여부를 이틀 정도 고민했습니다. 행여 보도로 인해 가뜩
송전선 인근 암 보고서 입수…50대 위암 · 60대 간암 증가
밀양의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은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흔히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경제적 보상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 집 앞에, 내 밭과 논 위로 거대한 송전선로가 지나간다는 것 자체가 끔찍이도 싫다는 감정이 더 컸습니다. 아무리 전기가 급해도, 아무리 이들이 소수라고 해도 이들의 목소리를 이들 입장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송전선로를 주거지 가까이 짓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기사에서 당시 지식경제부가 서울대 등과 함께 송전선로…
국정원, 경찰, 여권 3각 커넥션 등 국정원 댓글사건 연속보도
이제는 언론인 사이에서도 잊혀져 가고 있지만 한국일보 기자들은 8월12일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 6월15일 사주와 경영진의 부당한 편집국 폐쇄에 맞서 투쟁에 돌입한 지 두 달만이다. 두 달이라는 기간은 기자들에게 상당히 긴 공백이다. 현장감각도 떨어지고 취재원들도 떨어져 나가기 십상이다.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들에게, 정상적인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언론사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취재원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이 같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지난 8월30일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
한국 ‘국정원 댓글사건 연속보도’ 진실 추적 호평
경향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시리즈’ 대기업 행태에 경종추석 연휴 탓일까? 9월 기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심사에는 출품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10개 분야에서 모두 34편, 절반인 5개 분야는 출품작이 1개씩에 불과했다. 심사위원들이 심사하기는 편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그러나 수상작 모두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는 점은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국정원 댓글 사건 연속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정원과 서울경찰청, 그리고…
한국일보 ‘국정원 · 경찰 · 여권 3각 커넥션’ 등 선정
제277회(9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이 선정됐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3일 심사회의를 열고 한국일보의 ‘국정원, 경찰, 여권 3각 커넥션 등 국정원 댓글사건 연속보도’ 등 총 7편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취재보도1 부문△한국일보 사회부 이진희, 강철원, 김혜영 기자 ‘국정원, 경찰, 여권 3각 커넥션 등 국정원 댓
4대강 관련 건설사 골프장에서 라운딩 즐긴 MB
사진 기자는 멀리 볼 수 있는 유리로 취재하는 사람이다. 사진기자들이 두 어깨에 메고 다니는 카메라 ‘유리’에 맺힌 상은 때론 왜곡되고, 과장되고, 흐릿할지라도 독자에게 직접 보는 것 이상의 ‘진실’을 전달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지난 8월 29일 오후 해남의 한 골프장 주차장에서 1㎏에 달하는 망원렌즈 유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마주했다. 그는 골프 카트에서 엷은 미소를 지었고 카메라 렌즈 너머의 나는 활짝 웃음을 머금었다.그날은 전국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