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인근 암 보고서 입수…50대 위암 · 60대 간암 증가

제27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2 / 중앙일보 임진택 기자


   
 
  ▲ 중앙일보 임진택 기자  
 
밀양의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은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흔히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경제적 보상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 집 앞에, 내 밭과 논 위로 거대한 송전선로가 지나간다는 것 자체가 끔찍이도 싫다는 감정이 더 컸습니다.

아무리 전기가 급해도, 아무리 이들이 소수라고 해도 이들의 목소리를 이들 입장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송전선로를 주거지 가까이 짓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기사에서 당시 지식경제부가 서울대 등과 함께 송전선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 실태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는 짧은 기사를 찾았습니다. 그 뒤로 전국 여기저기서 송전선로가 생기는 곳마다 크고 작은 지역 갈등이 있었지만 이 보고서의 존재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정보공개를 요구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미 완료돼 올해 초 정부에 보고된 상태였습니다. 보고서는 67개 지역에 대한 5년간의 13개 주요 암 발생 실태를 조사한 것이었는데 연구비만 10억원이 든 방대하고 소중한 자료였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쉬쉬했습니다. 내용을 보니 납득이 갔습니다. 송전선로 인근 지역의 암 발생 증가를 의미하는 데이터가 꽤 많았던 겁니다.

보고서에 언급된 송전선로 인근 지역을 실제로 취재해 보니 주민들은 불안해했고 시각적 위협이나 소음 등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밀양 송전탑을 얘기할 때 ‘님비 현상’을 빗대 설명하곤 합니다. 결론은 이기적 행동이라는 건데,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엔 이들의 절규는 너무 절박하고 진정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는 더욱 많은 비슷한 갈등을 접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사회적 의제로 끄집어 내서 충분히 얘기하고 온갖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정부가 감추고자 한 민감한 보고서를 들춰 공개했다는 점보다 단독 보도 후 주말 기사로 10분 이상을 할애해 이 문제를 집중 분석한 점이 뿌듯합니다.

보도의 가치를 믿어주고 끝까지 지원해 주었던 부장과 팀장, 그리고 실은 밤을 새가며 현장을 지켰던 후배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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