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제27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한겨레 하어영 기자


   
 
  ▲ 한겨레 하어영 기자  
 
“군도 댓글을 달았다.”
한마디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무심코 한마디를 던진 상대방과 달리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군의 대선개입은 국정원의 정치공작과는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군은 민주주의의 방화벽과 같은 존재입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질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지는 독재의 상처를 남긴 지난 역사가 보여줍니다.

예전처럼 개인정보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취재환경에서 대선개입 여론전을 펼친 의심 아이디를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의 것으로 확인하는 작업은 지루하고 길었습니다. 수사를 맡고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는 아직도 어떻게 취재가 가능했는지를 묻습니다.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와 구글링 작업이 전부입니다.

그렇게 한달여를 매달렸습니다. 대선개입 의혹 제기와 함께 군 사이버사 요원 3명으로 시작한 보도가 4명으로, 5명으로, 결국 1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수사대상은 90명을 넘어섰습니다. 조사본부는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진실은 여전히 저 너머에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쌍둥이입니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나고 사건의 확장되는 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첫 보도 뒤부터 작전상 비밀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을 계속하는 당국자의 태도, “대선개입이라고 하기에는 올린 글의 수가 너무 적다”는 여당 의원들의 논리까지 국정원 사건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요원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보도 직후 요원들의 정치글은 대거 삭제됐고, 일부 트위터, 블로그 계정들은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군 수사기관에서는 엄정수사를 공언했지만 첫 압수수색까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앞으로의 전개상황까지 예견될 정도입니다. 여기에 국민의 ‘의식 오염’을 말하는 장관의 태도는 모든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당국자의 말은 결론을 암시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이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으로 확장됐고, 할 일은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수사가 막바지에 달했고, 진실을 규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다시 묵묵하게 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이 자리가 있기까지 주위 선후배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취재를 위해 떠난 빈자리를 나눠 맡아준 정치부 동료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는 한 미국 언론인의 금언이 요즘처럼 사실에 부합하는 때는 없는 듯합니다. 취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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