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제27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한겨레 하어영 기자
한겨레 하어영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12.04 14: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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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하어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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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댓글을 달았다.”
한마디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무심코 한마디를 던진 상대방과 달리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군의 대선개입은 국정원의 정치공작과는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군은 민주주의의 방화벽과 같은 존재입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질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지는 독재의 상처를 남긴 지난 역사가 보여줍니다.
예전처럼 개인정보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취재환경에서 대선개입 여론전을 펼친 의심 아이디를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의 것으로 확인하는 작업은 지루하고 길었습니다. 수사를 맡고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는 아직도 어떻게 취재가 가능했는지를 묻습니다.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와 구글링 작업이 전부입니다.
그렇게 한달여를 매달렸습니다. 대선개입 의혹 제기와 함께 군 사이버사 요원 3명으로 시작한 보도가 4명으로, 5명으로, 결국 1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수사대상은 90명을 넘어섰습니다. 조사본부는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진실은 여전히 저 너머에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쌍둥이입니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나고 사건의 확장되는 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첫 보도 뒤부터 작전상 비밀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을 계속하는 당국자의 태도, “대선개입이라고 하기에는 올린 글의 수가 너무 적다”는 여당 의원들의 논리까지 국정원 사건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요원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보도 직후 요원들의 정치글은 대거 삭제됐고, 일부 트위터, 블로그 계정들은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군 수사기관에서는 엄정수사를 공언했지만 첫 압수수색까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앞으로의 전개상황까지 예견될 정도입니다. 여기에 국민의 ‘의식 오염’을 말하는 장관의 태도는 모든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당국자의 말은 결론을 암시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이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으로 확장됐고, 할 일은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수사가 막바지에 달했고, 진실을 규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다시 묵묵하게 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이 자리가 있기까지 주위 선후배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취재를 위해 떠난 빈자리를 나눠 맡아준 정치부 동료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는 한 미국 언론인의 금언이 요즘처럼 사실에 부합하는 때는 없는 듯합니다. 취재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