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 연속보도

제277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 / 한겨레 김경락 기자


   
 
  ▲ 한겨레 김경락 기자  
 
부족한 기사에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습니다. 수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사안들과 그간 숨겨져 있던 진실이 좀 더 드러나길 바랍니다.

금융담당으로서 해당 이슈를 취재하고 기사를 써온 입장에선 검찰 수사가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달 가까이 동양그룹에 집중해온 터라 진이 빠졌다고나 할까요. 이제 조금은 뒤로 물러나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

동양그룹 기사를 처음 쓴 게 8월 중순이었습니다. 당시 취재를 마치고 기사화 여부를 이틀 정도 고민했습니다. 행여 보도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동양그룹이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연속보도를 시작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금융당국이나 신용평가사, 각 기업 재무 담당자 등은 동양그룹의 위험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반면 동양그룹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그 위험을 너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종종 나타나는 정보 비대칭이 너무 심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는 동양그룹도 중요하지만 이 그룹에 투자한 사람들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들은 종종 출입처 이해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묵적 카르텔이 형성되는 이유입니다. 이 카르텔에 들어오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객관적 정보를 주는 게 기자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는 보도를 계기로 동양그룹 경영진이 자산 매각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당시 동양그룹은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놓고도 결행에는 미적거리고 있었습니다. 9월 말 법정 관리 신청은 구조조정이 너무 뒤늦게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동양 내부 임직원들도 이런 심정으로 여러 차례 제보를 해왔습니다.

이번 취재는 공부를 많이 하게 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한 그룹의 재무 구조를 자세히 뜯어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경영 판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동양 사태가 한창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조금은 씁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사건의 원인과 수습, 대책 마련보다는 피해자와 가해자란 이분법적 구도가 너무 부각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또 과도하게 특정 인물이나 기관의 책임론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책임 소재는 잘 따져야지 여론에 언론이 편승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앞으로 부족했던 부분은 메워가면서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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