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해부 - 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우리는 무슨 특구고 기업도시고 이제는 모르겠어. 개발지구 지정이 오히려 마을에 화(禍)를 불렀어.”과개발 기획안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4일 찾았던 전남 무주군 안성면과 무안군 현경면. 당시 인터뷰를 하던 주민들의 모습에는 씁쓸함과 함께 분노마저 느껴졌다.한 달 뒤에 찾은 전남 나주시 혁신도시 공사현장에서는 매서운 시베리아 바람이 어려운 취재과정을 말해주는 듯했다. 나주역에서 현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공사장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개발공화국이라는 말이 맞기는 하구나&rdqu
세금감시 잘해야 일류시민이다
“당신 돈 같으면 그렇게 썼겠나.” 중앙일보 탐사기획부가 준비한 2011 어젠다 ‘세금 감시 잘해야 일류 시민된다’ 시리즈 기사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한 지방의회 의원이 군청 공무원들을 꾸짖으며 했던 말이었습니다. 20억원을 들여 박물관을 지어놓고 보니 보유 유물수가 등록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해 5년째 개관도 못하고 유지비만 들이고 있는 경남 산청박물관 때문이었습니다. 이곳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탐사부는 1백30억원을 들여 조성했지만 부실한 프로그램으로 찾는 이가 거의 없는 강원도의 태백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 사건
“딸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습니다.”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의연한 사람은 없다. ‘타살’의 의구심도 가질 법하다.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 사건을 처음 접하고 제보자를 만나며 든 생각을 솔직히 고백하면 이렇다.‘그냥 그런 변사 사건일 것 같다. 어차피 경찰에서 수사를 할 테고, 결론을 내리면 그때 보도를 하면 되지.’ 취재가 막힐 때마다 그만한 핑계가 없었다.기자의 안일과 불성실을 깨뜨린 건 피해자 아버지의 하소연이 아니라 의연함이었다. 한 번도 기자 앞에서 눈물을…
김정일 차남 김정철, 극비 싱가포르 외유
특별한 것은 없었다. 여느 콘서트장과 똑같은 풍경. 2011년 2월 14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 앞. 기대에 들뜬 에릭 클랩턴 팬들 속으로 우리는 섞여 들어갔다.우리는 달랐다. 긴장한 탓에 눈빛이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기대에 부풀어 있을 또 다른 에릭 클랩턴의 열성팬, 김정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김정철이 콘서트 관람 일정을 취소할 수 있었다. 입구도 여러 곳이었다. 무엇보다 김정철의 얼굴을 잘 몰랐다. 흐릿한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국내에서도 모자라 해외에서까지 기약 없는 ‘뻗치기&rsq
‘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강렬한 메시지·그래픽 호평
전남일보 ‘광주시내버스 준공영제 진단’ 언론의 감시역할 돋보여출품작이 보통 40여 편에 달하는 데 비해 30편으로 적은 가운데 신문 쪽 기획보도와 지역 부문이 돋보였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김정일 차남 김정철, 극비 싱가포르 외유’(KBS)와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 사건’(한국일보)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김정철 관련 기사는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동선에 관한 정보를 사전 입수했다 하더라도 싱가포르까지 출장 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KBS ‘김정철 싱가포르 외유 단독 보도’ 등 6편 선정
한국기자협회는 29일 제246회(2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민경중)를 열고 KBS의 ‘김정일 차남 김정철, 극비 싱가포르 외유 세계 최초 보도’등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5일 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다음은 수상작이다.◇취재보도부문△KBS 정치외교부 최문종, 송현정, 서지영 기자, 보도영상국 김태현 기자 ‘김정일 차남 김정철, 극비 싱가포르 외유 세계 최초 보도’△한국일보 사회부 고찬유, 남상욱 기자 ‘만삭의 의사
SBS ‘강희락씨 출국금지’ 권력형 비리 최초 부각
출품작의 수에 비해 수상작이 많지 않은 ‘흉작’ 추세가 이어졌다.먼저 취재보도 부문에는 ‘민간인 사찰, 민정수석실 보고 확인(서울신문)’, ‘강희락 前 청장 출국금지 외 3건(SBS)’, ‘정동기, 검사퇴직 6일 만에 로펌행…월 1억 받아(뉴시스)’, ‘한국경찰, 구글 개인정보 수집 혐의 확인(동아일보)’ 등 모두 4건이 본선에 올랐다. 이 가운데 서울신문의 단독기사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사퇴하지 않으면 안 되
5·18묘지 상석 밟는 안상수 대표
북한의 소행이다, 반란이다, 폭동이다.최근 우리 사회에 떠돌고 있는 5·18을 왜곡하는 말들이다. 4년 동안 5·18 관련 기사를 다루며 수많은 관련 기사가 올라갈 때마다 네티즌들은 ‘폭도의 소행’, ‘북한 배후설’ 등을 주장하며 유족과 관련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문제는 이 같은 인식이 일부가 아닌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호남이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특수성(지역 차별)과 결부되면서 5·18이 광주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화재 원인
늘 누구에게나 상을 받는 일이란 기쁘고 들뜨는 일이다. 이달의 기자상에 응모하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글쎄’ 하면서도 한 구석에선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음이 솔직함이었으리라.후배 기자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며 “왕년에 선배가 말야…”로 시작되는 주사 아닌 주사가 늦게나마 꼭 허언이 아니었고, 말발이 먹히게 돼 위안으로 삼는다.지난 2004년 11월 수상 이후 6년4개월 만이다. ‘현장에 기사가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불멸의 진리(?)
충격실태-국가시험이 샌다
지난해 11월 초 의료인 국가시험에 조직적인 부정과 담합 의혹이 있다는 짧은 제보를 받았습니다. 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조직적으로 유출해 공유하는 비밀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고, 시험 직전에는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호텔에 모여 고급 출제정보를 이른바 ‘족보’의 형태로 비밀리에 돌려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2월 중순에는 초등교사 임용시험 비리 의혹을 밝혀달라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시험에 앞서 각 교육대학마다 경쟁적으로 ‘특강’을 열고 있는데 이 특강에서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교수들이 자신의 학
강희락 前 청장 출국금지
건설현장 식당, 이른바 ‘함바’ 운영권을 사고파는 사업가 유 모씨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난해 하반기였습니다.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당시에는 본격적으로 취재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맥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터무니없이 과장한 이야기 정도로 여겼습니다.얼마 뒤 브로커 유씨가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유씨의 로비 행각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취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유씨를 검찰에 고소한 사람들 중 한 명은 유씨의 사무실에서 유력인사 수백 명의 명함을 발견했
민간인 사찰, 민정수석실 보고 확인
누군가 고위직에 내정됩니다. 그럼 청문회가 열리고 임명동의안이 통과하는 순간까지 언론 등은 내정자에 대한 ‘폭로’를 끝없이 쏟아냅니다. 대다수는 그냥 견딜 만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다양한 이유’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정자는 결국 ‘용퇴’를 하게 되고, 그 폭로는 ‘특종’이 됩니다.‘자리’와 그에 따른 ‘사람’, 즉 ‘인사’와 관련된 특종은 대부분 이런 매
서해 불법조업 중국어선-일렬로 묶은 채 단속저항
지난 2006년부터 해양경찰의 무허가 불법 조업 중국어선 단속 현장을 경비함에 승선하여 10여 차례 취재 중 중국어선들의 단속 중 발생하는 여러 상황들을 목격했다.2010년 12월 들어 무허가 어선들이 집단으로 불법조업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12월 20일 해경의 중국어선 집중 단속기간을 맞아 서해지방해경청의 1천5백t급 이상의 대형 함정 9척과 헬기까지 동원한 전방위 단속 계획을 입수했다. 20일 전남 목포항에서 출동하는 3천t급 경비함인 3009함에 승선하여 취재중 21일 새벽 5시께 홍도 서방 26마일 해상에서 50여 척
제주의 또 다른 기억 유배문화, 그것의 산업적 가치
고교시절에 올랐던 한라산 정상을 20여 년 만에 다시 올랐던 것은 지난 2010년 11월이었다. 조선조 제주에 온 유배인들이 한라산 정상에 남긴 흔적을 확인하기 위한 등반이었다.서울에서 멀리 추방해 일생토록 귀환하지 못하도록 하는 형벌이 유배형이다. 제주에 온 유배인들은 어떤 사람이었고 제주에서 무엇을 남겼을까? 제주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같은 물음에서 취재는 시작됐다.일부 유배인은 자손을 낳고 제주입도조가 됐다. 제주사람이 아니었으나 그들의 자손은 제주사람이 되어 제주의 성씨를 다채롭게 했다. 제주출신 또는 제주사람
‘도지사 독선·가짜학위 임명’ 개선시킨 동구권 음악학위
민선 단체장의 독선과 오만은 상식 이상이었다. 이번 보도는 기자가 “교육적 학위(석사·학사)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던 시점에서 결판났어야 할 사안이었다. 단체장 독선과 아집은 결국 1년여 만에 허상이 벗겨지고 말았다. 국내 불법교습과 현지 3주 교육으로 발급됐다는 ‘가짜학위’ 역시 실체가 드러났다. 2009년 2월 충북도립오케스트라 창단과 지휘자 선정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문화예술특별도’를 자처했던 민선4기 충북도가 추진한 첫 사업이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