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독립의 숨은 주역 일본인 독립투사들

제25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SBS 이병태 기자


   
 
  ▲ SBS 이병태 기자  
 
역사적 피해의식 때문일까. “일본놈들” 하고 말하는 게 “일본사람들” 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하이 하이” 하면서도 철저하게 자기 잇속을 차리는 그들의 민족성 때문이기도 할 터이다.

‘그렇게 얄미운 일본인들 가운데도 정의로운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하는 생각은 ‘혹시 일본인 가운데 조선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한 사람도 있었을까?’하는 데까지 미쳤다. 그런 호기심이 ‘8·15 특집다큐 조선독립의 숨은 주역 日本人독립투사들’의 기획 동기였다.

처음 그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막막하기만 했다. 지금까지 조선독립을 위해 싸운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이나 자료가 드러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렵사리 그런 일본인을 찾아낼 때마다, 그들이 조선독립을 위해 목숨 걸었던 증거들을 확인할 때마다 희열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을 칭송하고 조선인민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라는 결의문을 신문에 게재했다가 대역죄인으로 몰려 사형당한 고토쿠 슈스이. 일본 천황 살해 미수 혐의로 체포된 그는 당시 안중근의 엽서를 가지고 있었는데, 엽서 뒷면에는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찬양하는 내용의 한시가 적혀 있었다. 조선 사람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조선 독립을 외친 그는 결국 체포 일주일 만에 사형당했다.

천황과 황태자를 폭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채 체포됐지만 검사의 심문에 당당하게 “천황을 죽이려 했지만 천황은 병자인 데다 여의치 않아 황태자 한 마리에게 폭탄을 던지려 했다”며 신격화 된 천황을 모욕한 뒤 감옥에서 의문사 당한 20대 여성투사 가네코 후미코.

2·8 독립운동으로 체포된 이들로부터 시작해 독립투사들의 무료변호를 도맡아 했고 동양척식회사의 농지수탈사건에 이르기까지 조선인 변호에 앞장서다가 두 차례의 투옥과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당했던 후세 다쓰시.

이들 일본인 독립투사 세 명의 상상을 초월하는 행적을 찾아낼 때마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한·일 간 두꺼운 담벼락 틈새로 희망의 빛이 엿보였다. 특히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이들의 정의로운 삶을 칭송하며 연구하고 기념하는 오늘날의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 희망의 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무력으로 약자들을 짓밟는 자신들의 조국 일본에 목숨 걸고 항거하며 조선독립을 외쳤던 일본인 독립투사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오늘날의 일본인들이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의 실마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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