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난 국민영웅 김연아

제251회 이달의 기자상 사진보도부문 / 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평창이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2018동계올림픽 유치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중의 한 사람, 피겨 퀸 김연아의 활약은 대단했다.

평창 유치위 홍보대사를 맡은 김연아는 대한민국 평창을 IOC 위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백방으로 뛰었다. 특히 총회에서 보여 준 여유로우면서도 호소력 깊은 프레젠테이션은 IOC 위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유치가 확정된 뒤 김연아는 인터뷰를 통해 “온 나라를 어깨에 짊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실수로 큰일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매우 부담을 느꼈다”라고 털어놓았다. 세 번이나 도전하는데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죽했겠나.

21살의 나이에 난생 처음 겪는 국가적 대사의 부담감은 심신의 피로를 증가시키기에 충분했다. 김연아는 유치 확정 다음날부터 마침내 조금씩 몸의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심적으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던 그녀는 유치를 달성하게 되자 갑자기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쌓인 피로가 겹쳐 몸살이 생긴 것이다. 유치위 관계자들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방콕에서 중간 기착했을 당시 김연아는 벤치에 길게 누워 있었다. 지치고 힘든 표정이 기존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게 보였다.

더반의 유치 전 과정을 따라 다니느라 나도 몹시 피곤했으나 계속 김연아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움직였다. 그러다가 환영식장이 마련된 인천공항 입국장 근처에서 잠시 짐을 기다리던 중 한 귀퉁이에서 축 처진 채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는 김연아가 다시 내 눈에 크게 띄었다.

상당히 불편한 모습이었다. 마치 100m를 전력 질주해 결승선을 통과한 뒤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는 선수처럼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김연아의 지친 모습은 수개월 동안 그녀를 포함한 유치위 전원이 느낀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각고의 노력이 어떠했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가방에서 망원 렌즈를 들고 조용히 한 컷 한 컷 심신 지친 국민 영웅을 촬영했다.

5~6년 동안 김연아 관련 크고 작은 취재를 서너 번 했다. 덕분에 해외 출장도 여러 번 다녀왔고 결과도 좋았던 적이 많았다. 더구나 이번에는 기자생활 처음으로 한국기자협회에서 주는 기자상을 받는 행운도 얻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이제는 김연아가 많은 대내외 활동보다는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대학생으로서의 삶, 평범한 자연인으로서의 삶도 느끼고 체험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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