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 회장 "신재민 전 차관에게 수십억 건넸다"
제25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시사저널 김지영 기자
시사저널 김지영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11.16 15: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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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김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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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S그룹과 기자의 ‘첫 인연’은 2년 전인 2009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LS그룹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업의 변론을 맡은 이는 다름 아닌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었다. 총장직을 물러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전직 검찰총수가 이 사건의 변론을 맡았다는데 비중을 두고 최초 보도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고 지난 8월 시사저널 편집국 데스크에 SLS그룹 이국철 회장과 관련해 정치권에 떠도는 소문들에 대한 정보 보고와 기획안이 연이어 올라갔다. ‘이 회장이 신재민 전 차관을 포함한 여권 실세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고 이를 폭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9월1일 임채진 전 총장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었고 다음 날 이 회장을 신사동 SLS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는 2009년 SLS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세 시간에 걸쳐 지적했다. 하지만 신 전 차관에 대한 질문에는 “노코멘트”였다. 기자를 경계하는 눈치였다.
9월6일 저녁 SLS 사무실 부근의 한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가며 소주잔을 주고받았다. 이 회장은 어린 시절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다 부친의 사업 실패로 몰락했던 가정사 등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이날 술자리는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 회장의 경계심도 조금 허물어진 듯했다.
기자는 이 회장을 만날수록 그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급기야 추석 연휴를 이용해 캠핑을 떠날 거라는 이 회장의 말에 “나도 함께 가고 싶다”고 따라붙었다. 그렇게 1박2일 동안 이 회장과 강원도 영월에서 함께 캠핑을 했다. 이 회장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앉아 예의 나직한 목소리로 SLS 사태와 자신이 그동안 금품을 전달한 여권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신 전 차관은 물론 다른 여권 인사들의 실명도 밝혔다. 이 회장의 증언은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내용도 실로 방대했다. 좀 더 구체적인 확인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데스크에 보고했고 즉각 특별취재팀이 꾸려졌다.
이 회장은 이후부터 제법 구체적으로 증언하기 시작했다. 많은 자료도 함께 건넸다. 이 회장 증언과 자료 등의 신빙성을 하나씩 확인해 들어갔고, 여러 증언들 가운데서도 가장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된 신 전 차관 관련 부분을 우선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 회장 증언이 상당부분 사실이라면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는 미진한 편이다. 이 회장이 그토록 바라던 SLS 워크아웃 사태의 진실 규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사 초점이 이 회장과 신 전 차관이 뇌물을 주고받았는가에만 맞춰져 있다. 언론이 밝혀야 할 진실이 아직도 쌓여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거의 매일 심야 택시로 귀가해야 했던 특별취재팀 안성모·김회권·조해수 기자와 소종섭 편집장, 감명국 취재1팀장 등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