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치료만 합니다

제25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SBS 김요한 기자


   
 
  ▲ SBS 김요한 기자  
 
고등학생 시절, 치과에 다녀오셨던 아버지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돈 없는 형편에 수백만 원 치료비가 막막하셨던. 결국 아버지는 그 후 몇 년 동안을 한쪽 어금니 없이 생활하셨다. 어쩔 도리도 방법도 없어 막막했던 그 때 그 기억. 돈 없는 사람들에게 치과의 문턱이 높다는 사실은 내게 생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반값 임플란트의 등장이 더없이 반가웠다. 적어도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기 전까지는.

당초 기획 취지는 ‘어떻게 반값 임플란트가 가능한가’에 대한 경위를 따지는 것이었다. 반값이 가능하다면 다른 시술 역시도 상식적인 수준의 가격 책정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인 과정에서 전혀 엉뚱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값 임플란트 시술 환자들에게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특히 몇몇 프랜차이즈 치과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렵사리 피해자들을 만났다.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피해의 원인은 돈만 좇는 엉터리 시술 때문이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그저 환자에게 돈을 받아내는 데 집중하는 시스템. 해당 치과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가격에 민감한 서민들이었는데 부실한 진료 때문에 결국 더 큰 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치과계 내부의 자정작용도, 감독당국의 지도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구조적인 문제였다.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될 수 있는 사안.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무엇보다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했다. 예상보다 취재가 길어졌다. 치과대학병원은 물론 다양한 소속의 치과의사들을 만났고,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치과의 의사와 직원 등도 만났다. 피해자를 모시고 여러 병원을 돌면서 직접 진료를 받기도 하고 문제가 될 내부문서도 확보했다.

그렇게 확보한 피해사례와 내부 증언, 증거들을 가지고 문제의 프랜차이즈 치과 대표를 만났다. 1시간 반 넘게 진행된 인터뷰. 해당 대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와 함께 잘못을 감추고 덮기에만 급급했다. 불리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빠져나갔고,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방송 직전까지 꽤 여러 차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접촉을 시도해왔다. 보도 이후에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내용을 들이대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비겁하고 저열한 대응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여러 변호사와 판사에게 검토를 받은 후 방송을 했다. 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취재 경위와 법적인 문제점 등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보도국에는 유사한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치과들은 여전히 문제가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여러 매체의 추가 보도가 잇따랐고 경찰과 검찰도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도의 목적은 간명하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인 가격에 질 높은 치료를 받게 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도 분명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는 어금니 없이 밥을 드시며 식구들의 생계를 짊어지고 계실 터. 수준 높은 치료에 대한 비용이 턱없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치료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상식 이하의 진료가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그러지 않도록 잘 지켜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 아니던가. 보도 이후 지금까지도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치과계가 부디 치료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양심적인 치료에 매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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