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곽노현 교육감 수사

제25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SBS 이한석 기자


   
 
  ▲ SBS 이한석 기자  
 
취재가 시작된 건 1년도 지난 얘깁니다. 교육감 선거 이후 교육계에서는 여러 소문들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귀에 박힌 건 진보 후보들이 단일화 합의를 맺으며 돈이 오갔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반년여가 지난 뒤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문건이 도착했습니다. 박명기 예비후보가 작성했다는 문건을 입수하게 된 겁니다. 곽노현 후보 측과 만났던 구체적인 일시와 협의내용, 양측의 갈등과 극적인 합의, 박 후보가 작성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내밀한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주민투표를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 검찰이 선관위 자료를 토대로 교육감 후보자 단일화와 관련한 금품 거래 내사에 착수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무상급식이라는 사상 초유의 주민투표 결과를 앞두고 검찰의 결단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10여일이 흘렀고 무상급식 투표가 무산 된 이틀 뒤 검찰은 박명기 예비후보를 전격 체포합니다. 박 교수와 주변인들에 대한 계좌추적으로 석연치 않은 1억여 원의 돈의 흐름을 검찰이 확인한 겁니다. 그리고 무상급식 투표 직후 오세훈 시장이 사퇴한 시점에 검찰의 곽노현 교육감 수사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불러오게 됩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따른 검찰의 표적수사, 야권 탄압…. 공안 검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셉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2억원의 돈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대가성이 없는 선의의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범죄 사실이 소명됐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이유로 곽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물론 2억원의 대가성 여부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부분입니다.

교육감 후보자 단일화 금품거래 의혹을 1년 넘게 취재해오면서 가진 의문이 있습니다. 선거법이 엄격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굳이 이들은 돈 거래를 해야만 했을까.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합법적으로 충분한 선거비용을 마련하기란 교육자들에게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교육자들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거에서 떨어지면 이들을 기다리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채무입니다. 결국 채무에 대한 부담이 교육계 인사들로 하여금 선출직 공무원 시대의 신종 매관매직을 자행하도록 강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현실과 타협하지 못한 선거법의 비현실적인 규제가 외려 교육계를 개혁하려는 참된 교육자들의 발목을 잡게 된 게 아니었을까.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말 지독한 선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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