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를 구조하라

제252회 이달의 기자상 사진보도부문 / 영남일보 박진관 기자


   
 
  ▲ 영남일보 박진관 기자  
 
“박 기자, 낙동강 둑 너머로 맹꽁이 새끼들이 수십 마리나 기어가고 있다. 와서 한번 확인해.”
지난 8월1일 오전, 낙동강 달성습지에 있는 대경습지생태학교 교육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날 자정이 가까울 무렵 차를 몰고 낙동강 부근 대명유수지 부근으로 갔다. 낙동강 둑 위에는 맹꽁이 새끼 수 천 마리가 낙동강변 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대구시 달서구 호림로 쪽으로 차를 돌렸다. 맹꽁이 새끼 수 천 마리가 뒤엉켜 호림로 옆 인도 턱 위를 넘어가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었다.

새벽 2시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맹꽁이를 검색했다. 맹꽁이는 세계자연보존연맹이 적색목록에 등재한 국제보호종으로 국내에선 환경부가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해 포획을 금지하고 있는 귀중한 동물이 아닌가.

2일 오전 아이와 함께 호림로를 찾았다. 수 천 마리의 맹꽁이 새끼들이 10차선 도로를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구조한 맹꽁이 새끼만도 수백 마리. 4일까지 매일 맹꽁이를 취재하러 갔다.

영남일보는 8월5일자 2면에 ‘국내 최대 맹꽁이 번식지 발견, 죽음의 대이동’ 단독보도를 비롯해 8월6일자 사회면 ‘새끼 맹꽁이를 지켜라’, 8월9일자 사설(社說) ‘달성습지 유수지 맹꽁이 적극 보호해야’, 8월9일자 취재수첩 ‘새끼 맹꽁이를 구조하라’, 8월10일자 사회면 ‘멸종위기 맹꽁이 보호안내간판 설치 토론’, 8월15일자 사회면 사진물 ‘맹꽁이 살리기 특급작전’, 8월19일자 주말섹션 박진관 기자의 디스커버리 ‘맹꽁이의 죽음’, 8월23일자 ‘맹꽁이 1만8천여 마리 구조’ 등으로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지역의 타 매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맹꽁이 살리기에 동참했다.

맹꽁이 보도가 나간 직후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이 900여 만원을 들여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호안과 호림로 난간 경계 1.2km에 걸쳐 ‘L’자형 아연판과 안내간판을 설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대경습지생태학교 회원들과 대경늘푸른자원봉사단의 자원봉사자들은 휴일까지 반납하며 아연판을 설치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또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 공무원들은 7명씩 조를 이뤄 45일간 불침번을 서면서 3만여 마리의 맹꽁이 새끼들을 구조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과 이기로 함께 살아가야 할 야생동물들이 멸종해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미력을 보탰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제보를 해 준 석 선생님, 지속 보도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편집국 선후배 동료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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