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들에게 희망을
18살 현재의 꿈은 미용사였다. 특수 강도로 소년원에서 2년 보호처분을 받았지만 사회로 나가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현재는 소년원생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소년범에 속했다.그런 현재가 소년원에서 나온 지 1년도 채 안되어 도로 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 보호관찰 주거지에서 무단이탈했고, 친구와 술을 마시다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것이었다. 현재의 죽음은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잘못 때문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보호관찰 주거지를 벗어난 것도 현재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다.하지만 개인의 비극은
사라진 1500개의 약속 - 광역의원 공약 이행실태 집중분석
“누가 관심이나 있나요? 다들 ‘그냥 그런게 있었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죠.”경기도의원들의 공약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공약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식의 대답을 했다. 취재 초기 단계에서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 지방의원의 공약에 대해 기획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그들이 내걸었던 공약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큰 약속이든, 작은 약속이든 약속은 소중한 것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rsquo
당신의 비밀이 거래되고 있다
“중요한 개인정보, 기업정보가 담긴 디지털 저장장치가 국내외에서 몰래 거래되고 있다.”취재를 시작하고 나니 예상보다 심각한 실태에 어떻게 이걸 다뤄야 하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하드디스크, 스마트 폰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디지털 장치들은 우리가 삭제했다고 생각한 조치로는 삭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담긴 정보들은 쉽게 복원돼 거래되고 있었습니다.용산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중고 하드디스크 속 데이터가 삭제된 채 거래되는 지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데이터가 복원이 안 되도록…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우리나라 한 해 국가예산은 350조원이 넘습니다. 정부가 예산 편성을 잘못하면 혈세가 낭비되거나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세금을 낼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135조원을 마련해야 하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예산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 나라 곳간은 텅비고 빚만 잔뜩 남을 수 있습니다.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시리즈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감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이명박 정부의 미군기지 환경주권 포기
노무현 정부 시절 반환 미군기지 오염 조사 방식과 정화 주체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국이 끝까지 정화 책임을 지지 않은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만인 2009년 3월 JEAP(공동환경평가절차서)에 의한 ‘위해성 평가’ 방식으로 미군기지를 반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다음해인 2010년 1월 부산 하야리아 기지(현재 부산시민공원 조성 중) 등 7개 기지가 위해성 평가에 의해 반환됐다. 그리고 그 이후로 미군기지 환경 문제는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지난해
한국,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제안
“시간은 15분, 질문은 정전협정 기념일 관련으로 제한,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금지.”펜타곤이 헤이글 국방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주선하면서 내건 조건들은 까다로웠다. 어떻게든 인터뷰만 성사시키면 될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보고에 회사의 기대는 매우 컸다. 개인적으로도 미국 정부 최고위 인사를 만나 의례적인 얘기만 듣고 올 수도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열면 상대가 입을 열지 않겠는가?’옛날 앨범을 뒤져 17년 전 미군들
비밀문건으로 들통난 4대강 대국민 사기극
재작년 6월로 기억된다. 한창 진행되고 있던 4대강 사업을 점검하는 길에 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의 야산에 올랐다. 200미터 아래에 펼쳐진 아름다운 낙동강의 풍경과 마주한 나는 문득 강이란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품,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기 저 강의 모습은 인류가 이곳에 출현하기 전부터 저 모습 저대로 아름다웠을 것이다. 강의 북쪽 풍광에 심취해 있던 내 시선이 강의 남쪽에 다다르자 어울리지 않는 인공 구조물이 물살을 막고 있었다. 바로 낙동강 상주보였다. 태어난지 4년밖에 안 된 이명박 정권이 자연의 도
전두환 전 대통령 압수수색
‘전두환과 부침(浮沈)’불꽃같은 여름을 보냈습니다. 아니, 보내고 있습니다.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저에겐 큰 부(浮)였습니다. 제가 수습기자 때 상을 받아보겠다고 말하자, 한 선배가 저한테 “너무 일찍 상 받는 거 좋지 않아. 한 5년차 정도면 모를까.”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씨가 됐는지, 진짜 5년 만에 처음 받아봅니다. 지금껏 아무 말이 없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입장에서는 침(沈)입니다. 전직 대통령이셨던 분은 물에서 허우적대는데, 아무도 구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명
연합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제안’ 등 8편 선정
제275회(7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이 선정됐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0일 심사회의를 열고 연합뉴스의 ‘한국,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제안’ 등 8편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취재보도1 부문 △TV조선 사회2부 정원석, 하누리, 김혜민, 유선의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압수수색 등 ‘전두환 추징
OCI(전 동양제철화학) 1700억원 세금사건
‘1700억원 세금 사건’은 간단하다. OCI라는 대기업이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DCRE)를 만들면서 토지 등 자산을 이 자회사에 넘겼다. 사건의 핵심은 DCRE가 OCI로부터 넘겨 받은 부동산과 관련해 취득세를 내야 하느냐, 내지 않아야 하느냐의 문제다. OCI는 세금 면제 규정대로 기업을 분할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게 맞다는 입장이고, 인천시는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1700억원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세금을 면제해 준 것이 특혜라는 첫 보도에 이어서 OCI가 기업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2천억원짜리 엉터리 하수관로 지하 대해부
맨 처음 취재가 시작된 건 한 시민의 제보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4년간 민간자본 7백억원이 투입된 군산시의 하수관 BTL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악취가 나고, 비가 오면 온갖 오물이 역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군산시와 시민단체가 전체 114km 하수관 가운데 1% 가량인 1.2km, 10개 구간을 표본 조사한 내시경 카메라 CCTV 영상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 구간에서 발견된 파손, 침하, 오접합 등 불량 매설된 지점이 무려 80곳이나 됐습니다.전국의 5년, 10년 된 하수관도 이렇게 깨지고, 내려앉고, 지하수가 줄줄 새 들어오는
삼척시의회 지역대형사업 독식
취재는 “의원님께서 해도 너무 해 드신다”는 지역의 목소리에서 시작됐습니다.삼척시와 강원랜드가 함께 지역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400억원 규모의 기반공사를 낙찰받은 업체 중 하나가 삼척시의회 의장이 소유한 업체였던 겁니다. 곧바로 복수의 취재원 등을 통해 해당 의원의 이권개입 의혹에 대한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보를 수집하는 게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거론된 의원에 대한 다양한 소문은 인근지역에까지 퍼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기사의 수위였습니다. 단순히 &ls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지난 1월 가수 비의 특혜성 외출 논란 이후 국방부는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내놨습니다. ‘과연 이 특별관리지침이 잘 지켜질까?’라는 당연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장거리를 마다 않고 지방공연을 수차례 따라가 밤을 지새웠고, 국방홍보원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몇 사람을 건너 수소문하는 면구스러움도 감수했습니다. 때로는 취재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처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춘천에서 충격적인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국방홍보원은 어쩌면 연예병사들에겐 ‘해방구’
삼성전자 A/S의 눈물
지난 3월 ‘헌법 위의 이마트’ 보도 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자신이 근무하는 곳도 이마트와 다르지 않다는 내용이 많았다. 대부분이 익명으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사례는 달랐다. 최초 제보를 한 부산 동래센터의 서비스 기사는 자신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장문의 메일로 보내왔다. 3월에 부산으로 내려가 제보자를 만났다. 비슷한 사례로 포항센터까지 취재를 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그들. 세계 최고의 제품과 가장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삼성. 그런 삼성의 로고를 왼쪽 가슴에…
권력에 춤추는 통계 연속보도
기사에도 인용했지만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정책 판단과 사회 인식의 가장 유용한 수단인 통계가 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얼마든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문구입니다. 사실 통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언론 전반에 퍼져 있었습니다. 언론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양극화에 허탈해 하는 서민들의 일상을 접하고 전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통계청은 해마다 좋아지는 ‘지니계수’를 발표해 왔습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상위권 수준이라는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