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제28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한겨레 이완 기자
한겨레 이완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4.02 14: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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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이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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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해보자’ 했을 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쓸지 몰랐습니다. 정부도 국회도 ‘대기업으로 흘러가는 나랏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수십 곳의 국회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를 통하거나, 정부부처에 직접 자료를 요청하고 받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반년이 넘게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취재팀은 직접보조금, 조달, 정책금융, 세액공제 등 4개 분야에 걸쳐 대기업이 얼마나 많은 돈을 정부로부터 받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살을 붙이는 과정이었습니다. ‘대기업은 이제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정부지원을 받는 걸까.’ 취재팀은 분야별로 나눠 공무원과 대기업 담당자 등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공무원은 그나마 접촉하기 쉬웠지만, 대기업은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도 어려웠습니다. 홍보팀은 “기업이 국가 경제를 위해 뛴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대기업 주변을 돌았습니다. 중소기업을 찾아가 대기업에 돈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기업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정부 예산의 기획과 평가를 담당하는 교수와 시민단체도 찾았습니다. 정부 예산 유용 사례가 나온 사건도 찾아 판결문도 확보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공무원은 “정부가 기업에 주는 직접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해봤더니 거의 없더라”라고 털어놨습니다. 한 대기업 직원은 “조달시장은 먼저 찜하는 사람이 임자다”라고 일러주었습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기업이 1000억원 매출로 10억원을 버는 것보다, 로비를 통해 세금 10억원을 아끼는게 더 쉽다”고 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공무원에게 돈을 건네거나, 고문 등으로 재취업으로 시켜주는 등의 뒷거래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의 자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이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한국은 국민에게 향하는 복지보다 건설·연구개발 지원·세액 공제 등 기업에게 건네는 예산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큰 편에 속합니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자신의 분야만 따져서 대기업으로 가는 지원이 얼마 되지도 않고 당연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종합적으로 정부 예산 가운데 대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준다면 이런 시각이 조금씩 바뀔 것이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