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벌금 미납 대주그룹 회장 해외 호화생활

제28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연합뉴스 광주·전남 손상원 기자


   
 
  ▲ 연합뉴스 광주·전남 손상원 기자  
 
뉴질랜드 로케이션 ‘노역의 제왕’. 이렇게 완벽하게 짜인 이야기가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던 거죠. 카지노와 요트를 즐기는 재벌의 이야기에는 그를 비호한 권력이 등장하고 사법운용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4년여만에 귀국한 재벌은 다음날 일당 5억원 노역을 현실화했지만 닷새만에 형집행이 정지됐고 연일 검찰에 불려다닙니다. 논란의 판결을 한 법원장은 사표를 내고, 재벌과 옷깃이라도 스친 검사는 숨을 죽입니다. 대법원은 환형유치제 개선안을 내놓고 향판제도 손 볼 태세입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뉴질랜드 호화생활을 처음 보도할 때만 해도 이처럼 이야기가 극적으로 전개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재판 중 도망치듯 출국한 기업인. 금융권 관계자로부터 허 전 회장이 해외에서 호화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넌지시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즈음 뉴질랜드 현지 보도를 접했습니다. 단죄가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대주그룹의 후신임을 자처하는 뉴질랜드 KNC건설의 왕성한 기업활동을 소개했고 자금 출처에 물음표를 찍었습니다. 허 전 회장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니 그를 감싼 검찰, 법원의 허물이 차례로 벗겨졌습니다. 2007~2010년 검찰, 법원의 연출로 어그러졌지만 그들을 주·조연으로, 기자들이 연출한 두 번째 이야기는 바람직한 결말이 맺어질 거라 믿습니다.

밤늦은 소환조사, 휴일 기사 작성 등으로 지치기도 하지만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돈과 힘을 괴롭히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공동 수상자 중 막내라는 이유로 수상후기 써가며 생색내고 있지만 제보, 기사 작성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한 박성우·전승현 선배에게 감사 말씀 올립니다. 뉴질랜드 현지에서 국제 공조 취재로 연합뉴스의 해외 취재망의 위력을 실감하게 해준 고한성 통신원 선배에게도 공을 돌립니다. “고생한다”로 시작해 “이 노무 시키들 그냥 놔둬선 안된다”며 숙제를 내주시는 정일용 연합뉴스 광주·전남 취재본부장님, 본부 가족들에게는 상금으로 거한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본질에서 벗어난 흐름 탓에 혹시라도 상처를 입었던 분들에게 사과의 뜻도 전합니다. 묵묵히 일하고도 일만 터지면 동네북 신세인 대다수 시골 판사들 힘내시고, “알려달라” 소리쳐도 대답없는 검사들 같이 더 애쓰시죠.

끝으로 허 전 회장에게 ‘황제 노역’이란 수식어를 처음 붙이신 분을 공개수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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