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수입업계 수천억원 탈세
제28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경기일보 안영국 기자
경기일보 안영국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3.05 13:26:31
|
 |
|
|
|
▲ 경기일보 안영국 기자 |
|
|
“세상에 이런 블루오션이 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할 걸 그랬어요.”
유류 수입업계의 수천억 탈세 행위에 대해 취재를 시작한 뒤 한 세무 관계자가 우스갯소리로 기자에게 한 말이다. 비록 농담이지만 그만큼 유류 수입업계가 법과 정부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탈세로 너무나도 손쉽게 돈을 벌고 있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류 수입업계의 수천억 탈세…’는 꼬박꼬박 정당하게 세금 내며 살아가는 선량한 소시민들이 더이상 억울하지 않도록, 탈세를 일삼는 범죄자들이 더 이상 활개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등록된 석유 수입업체는 50여개다. 이 가운데 단 3개 업체만이 십여년간 꾸준히 석유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1~2년, 2~3년 혹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등록과 폐업을 반복했다. 속칭 ‘바지사장’을 두고 운영했으며 법률 상 2년이 지나면 관련법을 어겼던 일에 면죄부를 받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행정당국과 세무당국이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단 한차례도 탈세 업자들은 수사를 받지 않았다. 수입 후 판매, 탈세, 폐업, 다시 등록, 수입 후 판매, 탈세라는 고질적인 탈세 범죄가 판을 쳤다. 범죄자가 활개를 치고 다녔던 것이다.
2000년 주행세를 지방세에 편입시킨 정부, 즉 안전행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업무를 떠넘겼고, 지방자치단체는 어느 업체로부터 얼마의 지방세를 걷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2009년 감사원에 지적을 받을 때까지 일이다. 2009년 이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업체가 내는 세금만 받아왔다. 징수가 아닌 납부만 받아왔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석유가 국내 산업과 일상생활 속 쓰이지 않는 곳이 없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석유를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가공해 판매하는 정유사와 원유 및 석유제품(경유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하지만 국제 정세, 환율 등에 의해 석유값은 항상 요동쳤다. 안정된 가격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자원빈국의 애환이랄까. 정부는 그동안 석유 수입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줘 가며 석유값 안정화를 도모했다. 실제 석유 수입업체들의 항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유사의 독점에 따른 석유값 불안정을 석유 수입업체가 일정부분 억제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입업체들이 수천억원의 지방세와 국세를 탈세했다는 것이 면죄 받을 수는 없다. 정부가 석유 수입업체들의 범죄 행위를 방관했다는 점 역시 눈 감고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보도 이후 정부당국은 유류 수입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에 들어갔고, 지방세 및 국세에 대한 탈세 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국회와 함께 허술했던 유류 수입업계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로 결정, 현재 개정 절차를 밝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보도가 유류 수입업계의 자정화, 선진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부족한 이번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 추천해준 편집국 선후배들과 어리석은 후배 기자를 이끌어 주신 김재민 부장님과 최해영 차장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특히 취재를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이 넘는 전화를 불평 한마디 없이 친절히 답변해 주신 업계 관계자들과 세무사 A씨 등 취재원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