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생활고 시달린 세 모녀 동반자살' 발로 뛴 현장기사 '호평'
제28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기자상 심사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5.07 15:22:50
KBS전주 ‘밭에 태양광 날림 건물’ 세금 낭비 고발·대안 제시 돋보여봄이 왔지만 봄기운을 느낄 수 없는 수상한 계절이다. 3월의 보도 기사를 대상으로 한 제283회 이달의기자상 심사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통감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출품작은 총 47편으로 평년 수준이었으나, 10편이 예심을 통과해 그 중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에도 취재보도1 부문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15편 가운데 5편이 예심을 통과해 그 중 2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생활고 시달린 세 모녀 집세·공과금 남기고 동반자살’(연합뉴스) 보도는 오랜만에 보는 ‘기본에 충실한 발로 뛴 현장기사’라는 점이 돋보였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점도 고려되었다.
‘해외카지노 도박 회장님의 5억짜리 황제노역’(한겨레)은 제한된 취재 여건을 돌파하려는 기자의 취재 노력이 돋보였다. 전통적인 취재방식을 벗어난 간접취재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현지 제보자와 사회적관계망(SNS)을 통한 현장 중계형 보도로 거둔 결실이 그 단점을 상쇄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밖에 ‘국정원 협력 조선족이 中 공문서 위조 정황’(국민일보), ‘장병우 광주법원장의 수상한 거래와 허재호 은닉재산 추적보도’(TV조선), ‘파주 야산서 무인항공기 발견…청와대 등 촬영 확인’(뉴시스) 보도가 호평을 받았으나 아쉽게도 수상작에 이르지는 못했다. 잇따른 단독보도로 간첩증거 위조사건의 국면을 주도했지만 검찰의 자체조사에서 위조 결론을 내린 점, 법원장의 사퇴를 불러온 꼼꼼한 보도임에도 ‘수상한 거래’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못한 점, 사건 초기에 제보사실의 꼼꼼한 취재로 무인기 의혹을 처음 보도해 무인기 침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킨 계기가 되었지만 ‘시간차 특종’에 가깝다는 점 등이 각각의 한계나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선 공교롭게도 한 매체(경향신문)에서 출품한 두 작품, ‘규제완화의 덫’과 ‘놀이가 밥이다’가 경합을 벌였다. 전자는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규제완화의 내용과 문제점을 잘 지적해 ‘정책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진보적 관점의 다소 제한된 의제라는 한계를 지적받았다. 후자는 의제의 사회적 파급력은 약했지만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인 ‘놀이’를 잃어버린 사회적 풍토에 물음표를 던져 변화의 전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두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기획이 더 탄탄한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11편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선 엉터리 태양광 발전시설과 보조금 부정 수급실태를 고발한 ‘밭에 태양광 ‘날림 건물’…보조금 줄줄 샌다’(KBS전주)가 최다 득표로 선정되었다. 지역방송의 어려운 상황에서 기획취재반을 구성해 세금 낭비에 대한 단발성 고발을 뛰어넘는 기획취재로 대안까지 제시한 점이 후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독성 물질에 병든 염색산단 주민들’(TBC대구방송) 역시 지역의 환경오염 실태와 주민의 고통을 1회성 고발에 머물지 않고 차후에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입수해 후속보도한 점이 호평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심사위원 과반의 득표를 얻지는 못했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선 ‘농촌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밭담을 보존·활용해야 한다’는 지역적 의제로 국가적 관심을 이끌어낸 ‘흑룡만리 제주밭담’(한라일보)이 호평을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방송 부문에선 ‘형제복지원 연속 기획보도’(KBS 부산)가 과거 사건을 재조명한 ‘리뷰성 기사’임에도 꼼꼼한 취재로 지역사회의 책임을 촉구한 것이 호평을 받았다. 다만, 이 기획보도가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같은 실질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다수였다. 이에 이번에는 심사를 유보하되 변화의 모멘텀을 위한 분발(후속보도)을 촉구하기로 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