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노예 사건
제28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JTBC 김관 기자
JTBC 김관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4.02 14: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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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김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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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출입처의 발표를 맹신할 때가 있습니다. 수사권 없는 언론 입장에서 수사기관인 경찰을 담당하다 보면 특히 그럴 때가 많습니다. 이번 염전 노예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처음 받았을 때도 그럴 뻔 했습니다. 경찰은 브리핑과 인부 인터뷰, 자체 촬영 영상 등 기사를 쓰기에 충분한 원료들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JTBC 취재진은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염전 노예의 섬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확인한 섬의 이름은 ‘신의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10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낯선 시선들 사이로 이번 사건의 등장인물들과 이들의 흔적이 있는 곳곳을 취재해 나갔습니다. 섬은 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탈출자 김모 씨의 동선을 역추적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경찰의 발표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와 몰랐던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도시의 거리에선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단순히 외모만으로 ‘이 사람은 사업체의 사장이고, 저 사람은 일개 직원일 것’이라고 단정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신의도는 달랐습니다.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누가 염전의 주인이고, 인부인지 말입니다. 흙투성이의 작업복, 감지 못한 머리, 콧물이 새어 내려온 입가. “길에서 딱 보면 알아요.” 염전 인부들을 만나고 싶다는 취재진의 말에 되돌아온 한 공무원의 대답이었습니다. 관행이란 이름 아래 수십 년째 누구의 배려도 받지 못했던 염전 인부들의 시간들은 기자가 헤아리기엔 몹시 아득한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처음 터진 직후 두 달 동안 JTBC 기자들은 수천 km의 도로를 달렸고, 수십 번 배를 탔습니다. 수십 명의 형사들과 염전 업주들 그리고 인부들을 쫓아다니며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살아있는 취재 기회를 주신 오병상 총괄과 부장, 캡 그리고 함께 고생해준 후배 홍상지 기자와 정진우 기자께 감사드립니다. 닷새 넘게 섬을 떠돌아다녀도 ‘알아서 살아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해준 가족들에게도 쑥스럽지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간’ 보도를 지지하고 독려해주시는 손석희 선배가 계셨기에 가능한 보도였다는 점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