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정 오류, 인권을 말한다
“경찰과 검찰,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습니다. 부디 제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한 50대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은 영화 같은 제보 내용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한 사건을 두고 두 개의 서로 다른 판결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 보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취재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도장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초동 수사를 한 경찰 관계자들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잘못될 리 없다며 자신만만해했다. 경찰과 검찰, 법원…
경인운하 주변 농경지 염분피해 우려
지난 3월5일 우연히 김포시의회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한 시의원의 시정질의가 마음에 걸렸다. 경인운하로 인한 주변 농경지의 염분피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이었다.“MB정부의 특성상 경인운하를 안 할 리는 없을 터. 문제제기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며 회의장을 나섰다. 하릴없이 담배를 피우다가 ‘염분피해? 이거 색다른 팩튼데….’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취재가 시작됐다.경인운하를 통해 한강으로 방류되는 서해 바닷물의 양과 기본 염도를 확인하고 방류됐을 때의 문제점을 정리하
뉴스추적 ‘북에서 날아온 소송장’
북한의 로켓 발사 공언과 개성공단 상주직원 억류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지난 3월 초 작지만 의미있는 사건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내려왔던 북한 의사 고(故) 윤 모씨의 상속 재산을 놓고 남북한 자손들이 남한 법원에서 재산 분쟁을 벌인 것이다. 취재 결과 소송당사자였던 북한 주민들은 북한 지역에서 남한 변호사에게 소송위임장을 작성했고, 이후 제3자를 통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숨진 윤씨의 유산은 모두 1백억원대로 북한 주민들은 이 가운데 20억~30억원을 요구하고…
청와대 직원 성매매 혐의 입건
지난 3월27일 오후9시께 한겨레는 검찰 관계자로부터 ‘얼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성매매 혐의로 신촌에서 붙잡혔다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났는데도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즉시 확인에 들어갔다.확인은 쉽지 않았다. 서울 마포경찰서 생활안전과장에게 물었으나 과장은 “그런 일 없다”고 말했다. 서장에게 전화를 했다. 서장은 “잘 모르겠다. 확인한 뒤 전화하겠다”며 끊었다. 하지만 이후 서장은 전화를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고 장자연 친필문건 단독 입수 및 속보
“우리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모르겠지?”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장자연 리스트’를 찾아오라며 유장호씨의 사무실에 취재를 보냈던 바이스 캡 곽희섭 선배가 내게 물었다. 우리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다음날 갑자기 꾸려진 수사본부와 그 앞에 벌떼같이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서야 어렴풋이 알게 됐다. 울먹거리며 문건이 도대체 어디서 났느냐고 묻던 유장호씨는 급기야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지도 못한 나는 덜컥 겁부터 났다. 얼떨떨해 하는 나에게 사건팀 데스크 박태서 선
한겨레 ‘청와대 직원 성매매’ 권력의 부적절한 로비 폭로
대구MBC ‘국과수 감정 오류’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 결정제22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에 출품된 작품은 다른 달에 비해 다소 많은 총 44편으로 예심을 거쳐 최종 15편이 본심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최종 6편이 선정되었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이전과 비교해 많은 수작이 출품되었다. 최종 심사결과 KBS 사회팀의 ‘고 장자연 친필 문건 단독 입수 및 속보 기획보도’와 한겨레 기획취재팀의 ‘청와대 직원 성매매 혐의 입건 “기강 잡아라” 음주 자제령&rsq
‘화왕산 참사’ 생생한 현장·기자정신 돋보여
제2백2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34편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취재보도부문 1편, 지역취재보도부분 2편, 전문보도부문 1편 등 4편이 선정됐다. 역대 수상작과 비교하면 훨씬 적었지만 수상작들의 내용이 대체로 탄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인 MBC의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및 이메일 사태’는 이른바 취재의 성역으로 일컬어지는 법원 내부의 문제를 비교적 집요하게 파헤쳤고, 법원 주변에서 맴돌던 소문을 정밀한 확인절차를 거쳐 사실화하고 시시비비를 명징하게 가리려는 노력을 통해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 현장 기록
참사가 일어난 2월9일, 유난히도 추운 날 이었다. 방한복으로 중무장한 채 박일호 기자와 현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취재 구역을 분담해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6시10분께 행사 시작과 함께 억새밭 사방에서 동시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억새불은 정점에 달하며 소위 그림이 되는 장면을 곳곳에서 연출하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과 관광객들이 완벽하게 조화가 되는 환상적인 사진구도로 예년 행사 때는 볼 수 없었던 기막한 장면이었다. 좋은 사진을 건졌다는 생각에…
창녕 화왕산 참사 현장 기록
지난 2월 9일 경남 창녕군 화왕산 억새 태우기 축제 중 불길이 관람객을 덮친 시각은 오후 6시20분. 같은 시각 취재기자로부터 “불길이 번져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숨가쁜 보고가 들어왔다. 1보가 송고된 시각은 6시24분. 소방서 신고가 6시26분에 됐으니 소방서 인지시각보다 2분이 빨랐다. 이후 취재기자는 참혹한 현장을 영상으로 담았다. 강한 바람을 탄 불길이 사람들을 마구 덮치고, 불똥이 사방을 날아다니는 현장에서 달아나지 않고 영상을 찍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영상 속
검사기관도 속이는 원산지 둔갑
“이상훈 기자! 기자협회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워낙 쟁쟁한 출품작들이 많아서 속으로 ‘그래, 출품한 게 어디냐’며 큰 기대 없이 지내던 내게 초대형 사고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이상하게도 당시 취재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른 건 왜일까. 전국 세관직원들에겐 이미 유명인사가 된 문제의 수산물 수입업자. 그 분(?)의 물건이 중국에서 입항하는 장면부터 찍기 위해 인천항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혹시나 인천항 직원을 통해 정보가 새 나갈까봐 몰래 촬영하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및 이메일 사태
서울중앙지법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가을부터 들려왔다. 당시 형사단독판사들의 사무실에 일일이 찾아가 물어봤지만 이미 “덮고 넘어가기로 한” 일이 된 마당에 형사단독판사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아 잠정적으로 취재를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지난달 한 판사가 인사이동을 앞두고 “사실은 맞는 내용이었다”며 양심고백(?)한 것을 계기로 막혔던 취재가 풀리기 시작했다. 부담을 느껴서인지 누구도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지 않아 이 사람에게 이 부분을, 저 사람에겐 저 부분
불길에 휩싸인 철거민
새벽 4시, 헐레벌떡 다시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불과 두 시간 전까지 조용했던 용산 한강로 남일당 빌딩 일대는 수많은 경찰과 차량들, 사이렌 소리, 경광등 불빛들로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철거민들의 점거농성에 대한 경찰의 유례없이 신속한 진압작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날 철거민들이 건물을 점거한 직후 현장에 모인 기자들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던 오산이나 상도동을 떠올리며 경찰이 쉽게 진압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자들은 해가 저물기도 전에 현장을 떠났고 실제로 자정이 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사무
입양되는 한국 아이들
‘미군으로서 자부심을 지키자.’ 미 군속에게 허위 입양되어 미군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한국 학생들을 취재하기 위해 미군기지 내로 들어가기 전 용산 미8군 검문소에 붙어 있던 포스터의 글귀다. 교육 때문에 입양되는 한국아이들을 보도하게 된다면 한국 학부모들의 왜곡된 교육열은 몰라도 세계의 경찰이라고 자칭하는 미군이 적어도 위장입양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 캐치프레이즈였다.하지만 돈 거래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도 후 미군의 반응은 교육 때문에 자식의 호적을 파는 한국 학부모들보다 더 기가 막
석면광산 폐질환 공포
몇 년 전 ‘티핑 포인트’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엄청난 변화가 때로는 작은 일에서 시작되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사회학적 개념. 이번 ‘석면 광산’ 보도가 그랬다. 지난해 3월, 한 환경단체 간부와의 가벼운 식사 자리에서 처음 제보를 받았고,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석면광산 문제가 이렇게 큰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충남 홍성 덕정마을 취재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마스크 등 아무런 안전장비 착용 없이
낙동강 1,4-다이옥산 검출
지난 12월 중순 시경캡으로 출입처가 바뀌었다. 시작할 때면 늘 그렇듯 새로운 의욕과 욕심을 부릴 만도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연말연시 대구 동성로와 서울 여의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새해를 맞아야 했다. 그렇게 보름을 지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다이옥산 사태가 터졌다. ‘낙동강에서 1, 4-다이옥산이 나왔다는데 그게 뭐지?’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보니 클 것 같다는 감이 온다. 사실 확인을 위해 환경청에 전화를 하니 회의 준비로 바쁘다고 한다. ‘회의라? 일단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