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북에서 날아온 소송장'

제223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SBS 장세만 기자


   
 
  ▲ SBS 장세만 기자  
 
북한의 로켓 발사 공언과 개성공단 상주직원 억류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지난 3월 초 작지만 의미있는 사건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내려왔던 북한 의사 고(故) 윤 모씨의 상속 재산을 놓고 남북한 자손들이 남한 법원에서 재산 분쟁을 벌인 것이다. 취재 결과 소송당사자였던 북한 주민들은 북한 지역에서 남한 변호사에게 소송위임장을 작성했고, 이후 제3자를 통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숨진 윤씨의 유산은 모두 1백억원대로 북한 주민들은 이 가운데 20억~30억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사건을 접한 취재진에게 가장 큰 고민은 북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우리들 이야기’로 인식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북한 주민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을까? 취재하던 중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소송 위임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증거물로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동영상을 어렵게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에 동영상에는 북한 당국자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북한 당국자가 개입돼 있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판단은 쉽지 않았다.

취재 후반부에는 법률적인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기로 했다. 변호사와 판사, 검사, 법학자들을 두루 만났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남북한간 재산권 분쟁이 우리 민족의 현안으로 다가왔다.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유산 문제가 당장 그랬고, 남한에서 성공한 탈북자들, 그리고 북한과 사업을 하는 남한 기업인들도 그랬다. 남북통일에 앞서 원만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대가와 부작용이 우려됐다.

독일과 대만에 대한 취재가 뒤따랐다. 법무부는 인터뷰 과정에서 대만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은 1990년대 초 양안 인민관계조례라는 법률을 만들어 일찌감치 재산권 분쟁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 놓았다. 중국 본토 주민들의 대만 내 상속권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한을 가하고, 본토로 지나치게 많은 돈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분단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남북한간의 재산권 분쟁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재산권 분쟁은 한쪽의 이익이 다른 한쪽의 손해로 이어지는 만큼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또 이로 인한 남북 주민간의 갈등은 또 다른 사회적 분단을 불러올 수 있다. 취재진의 문제의식을 깊이 이해하고 취재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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