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광산 폐질환 공포
22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TJB 대전방송 노동현 기자
TJB 대전방송 노동현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4.08 15: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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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JB 대전방송 노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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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티핑 포인트’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엄청난 변화가 때로는 작은 일에서 시작되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사회학적 개념. 이번 ‘석면 광산’ 보도가 그랬다. 지난해 3월, 한 환경단체 간부와의 가벼운 식사 자리에서 처음 제보를 받았고,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석면광산 문제가 이렇게 큰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충남 홍성 덕정마을 취재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마스크 등 아무런 안전장비 착용 없이 석면광산 갱도로 사용된 토굴에서 용감한(?) 취재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취재 당시 도움을 받은 대전 모 대학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님은 취재화면을 보고, 석면 잠복기를 생각할 때 30년 후쯤 석면질환이 나타날지 모른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취재진은 취재 과정에서 석면 문제가 과거의 문제가 아닌 미래의 문제임을 몸으로 체득했다. 대표적 석면질환인 ‘악성 중피종’은 잠복기가 길어 석면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수는 오는 2045년까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통계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그런 만큼 석면광산 노동자들의 피해실태와 보상, 추가피해 예방체계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 석면 피해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보상방법 등을 담은 ‘석면특별법’을 여야 3당에서 법안을 제출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석면에 대한 사회적 감시체계와 적극적인 홍보다. 전국의 재개발 지역에서는 아직도 석면 슬레이트가 제멋대로 처리돼 방치되고 있고, 지하철 역사의 석면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살인마’ 석면이 얼마나 무서운 물질인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얼마 전 홍성 출신 지방의원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이번 달부터 석면광산 지역 주민들에 대해 건강검사를 실시했는데 주민들이 병원에서 진찰받기를 꺼린다는 얘기였다. 피해자들 대부분 고령인 데다 석면질환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병원 검사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앞서 티핑 포인트를 이야기했다. TJB 보도는 석면 광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폭발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명 티핑 포인트로서 작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집중적인 방송보도의 파급력이 큰 만큼, 언론의 무관심으로 인한 전염성도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주민들의 건강검사 참여가 적은 데는 지난 1월에 비해 언론의 관심이 뜸해진 탓도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음달 환경부가 지난 1월 중간 발표했던 ‘석면광산 주민들의 역학조사’에 대한 최종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아울러 여야 3당이 발의한 석면특별법 처리도 서둘러 진행돼야 한다.
TJB는 앞으로 석면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지역의 환경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매진할 것임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