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및 이메일 사태

제22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MBC 이정은 기자


   
 
  ▲ MBC 이정은 기자  
 
서울중앙지법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가을부터 들려왔다. 당시 형사단독판사들의 사무실에 일일이 찾아가 물어봤지만 이미 “덮고 넘어가기로 한” 일이 된 마당에 형사단독판사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아 잠정적으로 취재를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한 판사가 인사이동을 앞두고 “사실은 맞는 내용이었다”며 양심고백(?)한 것을 계기로 막혔던 취재가 풀리기 시작했다. 부담을 느껴서인지 누구도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지 않아 이 사람에게 이 부분을, 저 사람에겐 저 부분을 취재해 퍼즐을 맞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 지나간 일을 왜 이제 와서 취재하느냐, 이미 신영철 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된 마당에 어떤 의도가 있어 취재하는 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 할수록 법원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상당수 소장 판사들이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취재를 시작한 지 다섯 달 만에 결국 보도를 하게 됐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기사가 사법부 독립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문제제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과 “취재에 응한 판사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를 “사법부 흔들기”로 규정하고, 소장 판사들에 대한 악의적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 23일 대법원은 “재판 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우리 사법부가 그나마 자기반성을 통한 최소한의 자정기능은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상당수 판사들은 “MBC 보도로 사법부가 치부를 드러내고 일신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고, 고맙다고 인사한 판사들도 있었다. 아직도 이번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사법부 스스로가 이번 사태를 현명하게 마무리해주길, 그래서 이번 보도가 사법부의 신뢰를 오히려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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