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기관도 속이는 원산지 둔갑

제22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마산MBC 이상훈 기자


   
 
  ▲ 마산MBC 이상훈 기자  
 
“이상훈 기자! 기자협회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워낙 쟁쟁한 출품작들이 많아서 속으로 ‘그래, 출품한 게 어디냐’며 큰 기대 없이 지내던 내게 초대형 사고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이상하게도 당시 취재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른 건 왜일까. 전국 세관직원들에겐 이미 유명인사가 된 문제의 수산물 수입업자. 그 분(?)의 물건이 중국에서 입항하는 장면부터 찍기 위해 인천항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혹시나 인천항 직원을 통해 정보가 새 나갈까봐 몰래 촬영하다 들키고, 결국 촬영 테이프마저 뺏길 뻔한 위급한 상황…. 이 상황을 마무리하느라 남의 구역에서 진땀 뺀 마산세관 직원들.

가짜 원산지 스티커를 붙였다 떼는 장면을 찍기 위해 하역 인부처럼 옷을 입고, 촬영 스태프는 물론 세관 직원까지 동원해 예닐곱 명이 창고 부근을 돌며 하루 종일 망을 보던 일. 그 세찬 짠 바람을 맞아가며 차 안에서 먹었던 햄버거와 콜라. 평소와 다르게 냉동창고 안 깊숙한 곳에서 스티커 작업을 하는 바람에 용달차 직원처럼 냉동창고 근처까지 가 함께 즉석 연기까지 펼친 주상동 카메라 기자.

이 모든 분들의 노력 끝에 결정적인 증거 화면을 촬영할 수 있었고 낌새를 눈치 챈 업자와 관련자들이 증거를 없애려는 순간, 드라마처럼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떨어져 현장에서 핵심적인 증거물들을 확보하기까지….

단 한 군데도 편한 취재가 없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원하던 것들을 모두 뽑아내 한숨을 돌리던 즈음, 세관과 수산물 검사원의 원산지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발생한 원산지 둔갑 수법 때문에 가슴 아프게도(?) 세관과 수산물 검사원을 지적해야만 하는 비극적 운명까지, 드라마를 써도 될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아이템들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 전국의 모든 수입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조사가 이뤄졌고, 수산물 검사원과 세관이 원산지 정보 공유 시스템을 만들어 보도의 여파가 제법 있었다. 꼭 한 번 받아 보고 싶은 상을 받은 지금, 난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상이 독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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