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정 오류, 인권을 말한다
제223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대구MBC 박재형 기자
대구MBC 박재형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6.10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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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MBC 박재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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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검찰,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습니다. 부디 제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한 50대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은 영화 같은 제보 내용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한 사건을 두고 두 개의 서로 다른 판결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 보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취재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도장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초동 수사를 한 경찰 관계자들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잘못될 리 없다며 자신만만해했다. 경찰과 검찰, 법원 모두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취재진에게도 국과수 요원들은 항상 신비의 대상이었다. 과학수사의 성역이라고까지 불리는 국과수가 잘못을 할 수 있을까? 지역 방송사가 최고의 과학수사 기관을 상대로 취재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고민과 불안감 속에 취재는 계속됐다.
국과수의 감정 오류와 관련한 본격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과수 측이 대구MBC를 방문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그간 취재를 하면서 쌓였던 불안감을 씻을 수 있었다. 또 국과수 문서감정 개선 등의 대책안을 손에 쥐었을 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을 느꼈다. 이후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국가기관의 문서감정 오류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등 모두 10개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3개월간 이어진 취재기간 동안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문제가 된 당좌수표의 번호가 잘못됐다는 경찰 측의 주장이 나와 취재가 무산될 뻔했고, 사실 확인을 해달라며 보낸 협조 공문에 대해 국과수가 무관심으로 일관해 취재가 막혀버린 때도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취재진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국과수라는 명성 때문에 주변에서는 취재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진실은 두 개일 수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번 보도로 신뢰에 치명타를 입었다. 국과수의 감정오류를 밝혀낸 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억울한 사법 피해자가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과수의 전방위적인 대책과 쇄신의지를 이끌어 낸 점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한 컷의 영상을 담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항상 후배에게 빛나는 조언을 마다하지 않은 친형 같은 이동삼 카메라기자, 그리고 이번 시리즈를 준비하며 함께 고민했던 도성진 기자, 대구MBC 모두와 수상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