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주변 농경지 염분피해 우려

제223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경인일보 박현수 기자


   
 
  ▲ 경인일보 박현수 기자  
 
지난 3월5일 우연히 김포시의회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한 시의원의 시정질의가 마음에 걸렸다. 경인운하로 인한 주변 농경지의 염분피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MB정부의 특성상 경인운하를 안 할 리는 없을 터. 문제제기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며 회의장을 나섰다. 하릴없이 담배를 피우다가 ‘염분피해? 이거 색다른 팩튼데….’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취재가 시작됐다.

경인운하를 통해 한강으로 방류되는 서해 바닷물의 양과 기본 염도를 확인하고 방류됐을 때의 문제점을 정리하면서 ‘물건’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6일자로 1보가 나갔다. 반응은 뜨거웠다.

각종 매체에서 보도가 이어졌지만 문제를 제기한 내 입장은 답답했다. 지방지 주재기자란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 온갖 잡무도 이어진다. 거기에 염분이든, 환경이든 제대로 공부한 게 없으니 후속보도를 하긴 해야겠는데 아는 게 없었다. 궁리 끝에 대학문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정부를 상대로 취재도 했지만 이상하게 말들을 아꼈다. 막막해하고 있을 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었다. 독자 한 분이 경인운하 환경영향평가서 복사본을 보내 주셨다. 하지만 벽은 여전했다. 난해한 내용의 평가서를 읽고 정리하고 보충취재하기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다시 궁즉통(窮卽通)인가. 익명을 조건으로 전문가 한 분이 도움을 주셨고 평가서를 정리했다. 그렇게 해서 수자원공사와 관련기관들로부터 전문가가 개입한 것 같다(?)고 의심받은 ‘수자원공사의 해명 허점 투성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수자원공사의 해명과 반박이 이어졌지만 기사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없었다. 결국 공사는 경인운하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염분피해 대책도 내놓았다. 성과는 있었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한강 하구는 만조 때가 되면 서해물이 잠실 부근까지 차올라간다. 그래서 여의도의 25배가 넘는 8천4백여㏊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신곡양수장은 매일 물의 염분도를 측정한다. 그만큼 조심스럽다. 그런데 우려가 사실이 된다면 그건 재앙이다. 여기에 경인운하 주변 지하수의 염분 오염문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어차피 운하를 만들 거라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기자상을 받은 후 지인들의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한 후배의 전화는 아직도 해석이 제대로 안된다. “선배 50이 넘은 나이에 너무 한 거 아니에요. 후배들도 생각해야지.” 이게 칭찬인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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