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 친필문건 단독 입수 및 속보
제22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KBS 임종빈 기자
KBS 임종빈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6.10 15: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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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임종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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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모르겠지?”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장자연 리스트’를 찾아오라며 유장호씨의 사무실에 취재를 보냈던 바이스 캡 곽희섭 선배가 내게 물었다. 우리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다음날 갑자기 꾸려진 수사본부와 그 앞에 벌떼같이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서야 어렴풋이 알게 됐다. 울먹거리며 문건이 도대체 어디서 났느냐고 묻던 유장호씨는 급기야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지도 못한 나는 덜컥 겁부터 났다. 얼떨떨해 하는 나에게 사건팀 데스크 박태서 선배가 한마디 던졌다.
“이런 취재는 진짜 분노하면서 해야 하는 거야.” 마음을 다잡았다. 저항할 수 없는 권력관계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약자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증거자료였다. 다들 그러려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수면 위로 절대 떠오르지 않았던 연예계의 어두운 그늘이 세세하게 묘사된 문건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었다. 오랜 취재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최고의 취재팀도 새로 구성됐다. 분노해야 할 대상도 명확했다. 그렇게 취재가 ‘본격’ 시작됐다.
“어떻게 13분 만에 문건을 입수한거죠?”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가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 10분 정도는 촬영을 했으니 3분 정도 쓰레기를 뒤진 것이다. 너무 빠른가? 반문해 봐도 당시에는 답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봉투 안에 다른 쓰레기가 너무 적었다. 그래서 금방 찾았다.
이렇게 취재를 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취재를 ‘당했다’. 문건 ‘입수 과정’과 문건에 나와 있는 유력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한 타사의 취재였다. 우리 방송사 PD가 포함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생면부지의 타 부서 선배들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왔다. 피곤한 일이었지만 타사의 취재기법에서도 많은 걸 배웠고, 취재 당하는 사람의 입장이 어떤지 역지사지로 이해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이런 기회가 또 올 것 같으냐?” 취재팀의 총지휘자 시경 캡 이영현 선배가 그동안 우리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앞으로 기자생활을 하면서 다시 만나기 힘든 기회를 공유한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그동안 스트레스와 피곤에 지친 나를 말없이 다독여주고, 연예지 근무 경험과 인맥을 살려 외곽 취재는 물론이고 각종 정보까지 아낌없이 제공해 이번 보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김 모 기자에게, 항상 미안하고 또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고 장자연씨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