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가득한 북한병사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의 판문점 시찰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새벽 판문점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판문점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 취재 때 느낀 점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북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 곳, 긴장감이 흐르는 곳 그렇게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었다. 흥분 반 긴장 반으로 판문점에 도착해 내외신 선배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일요일 이른 시간, 언론의 관심이 부족해서인지 국내 통신매체와 외신만이 판문점을 찾았다. 호주 총리 일행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취재진은 동선을 파악한 후 공보관의 요청에 따라 구역별 근접 현장풀로
광교신도시, 명품인가 졸품인가
광교신도시는 인지도로 따지자면 ‘전국구’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자체가 조성하는 대규모 신도시, 저밀도 친환경 도시, 자족도시, 첨단 교통도시 등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부동산 시장에서 소위 ‘가장 잘나가는’ 신도시로 꼽힌다. 긴 부동산시장 불황 속에서도 여전히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9월 시작되는 본격적인 입주로 주변 부동산시장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하지만 이처럼 화려하게 포장돼 있는 광교신도시의 이면에는 쏟아지는 민원과 보이지 않는 갈등이 숨어
시사매거진 2580-공포의 집합
방송 직후 대학 내 구타문제에 대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비난이 쏟아졌다. 2580 사무실은 전화벨 소리로 요란해졌다. ‘도대체 학교가 어디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식의 항의가 빗발쳤다. 수화기 너머로 분노의 기운이 가득했다.후속 보도를 준비하면서 매질을 했던 학생들을 설득 끝에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됐다. 그리곤 “죽을 죄를 지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간의 따가운 비판을 감당하기 너무도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을까? 이들은 하나같이 &lsq
톱스타 서태지, 배우 이지아 이혼 소송 충격
연예기자로서 온갖 소문을 접한다. 일명 ‘찌라시’라 불리는 증권가 사설정보지에 거론되는 연예인들에 관한 소문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격담까지 때로 솔깃하기도 하지만 가끔 황당한 소문과 마주하기도 한다. 스포츠서울이 4월21일 특종보도한 ‘톱스타 서태지, 배우 이지아 이혼 소송 충격’은 기자들에게도 충격 그 자체였다. 처음 관련된 제보를 받았을 때는 너무 놀라운 내용이라 반신반의, 아니 반도 믿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수년 전…
돈을 갖고 튀어라-영업정지 전날 밤 VIP에 100억 몰래 빼준 부산저축은행
모든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영업정지 전날 VVIP와 직원 인출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금융당국과 은행으로부터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답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만, 4월 중순만 해도 그랬습니다. 이 말은 “VVIP면 재산권을 지킬 만한 정보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무슨 잘못이냐”는 말로 나아갔습니다. 예금액, 거래기간 등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우수고객에게 예약해지를 종용했다는 사실까지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확
한겨레21 ‘부산저축, VIP에 100억 몰래 빼줘’ 등 5편
한국기자협회는 31일 제248회(4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민경중)를 열고 한겨레21의 ‘돈을 갖고 튀어라-영업정지 전날 밤 100명 VIP에 100억 몰래 빼준 부산저축은행’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4일 서울시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작이다. ◇취재보도부문 △한겨레21 하어영, 김기태 기자 ‘돈을 갖고 튀어라-영업정지 전날 밤 100명 VIP에 100억 몰래 빼준 부산저축은행’ △스포츠서울 연예부 남
북한 주민 ‘50일 만에 송환’ 되던 날
기자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연평도의 바다가 다시 생각났다. 북한 주민들이 5t짜리 소형 목선을 타고 건너왔을 그 바다. 그리고 눈으로 직접 확인한 50일 만의 송환이 이뤄졌던 그 바다. 북한의 황해도 개머리 반도와 연평도 사이의 바다는 온통 푸른 빛만 가득했으나 그 사이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절대 건널 수 없는 군사분계선이 존재한다. 그 분단의 현장에서 긴박하게 이뤄진 북한 주민들의 송환은 분단 국가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표류해서 남하한 지 50일 만의 송환은 판문점을 통한 육로 송환과 귀순자를 포함한 전원 송환 사이에서 결
집단폭행 사망 중학생 유가족 두 번 울린 경찰과 119
끔찍한 집단폭행 사건으로 생떼 같은 늦둥이 외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절규는 한달여간의 지속적인 보도를 가능케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숨진 학생이 폭행당해 신음하던 곳은 집에서 불과 1백여m 거리. 하지만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권이 없다며 119에 미뤘고 119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며 유가족들의 위치추적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는 사이 집 바로 옆 빈 건물 옥상에서 지 모군은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갔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기자가 외동아들로 자라 그런지 유가족들의 슬픔이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느껴져 취재에 더욱 매달렸
기아차 카니발 에어백 허위광고·부당계약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승용 카니발 소유자들은 “설마 내 차에도 에어백이 없는 건 아니겠죠?” 하고 제게 반문했습니다. ‘승용 카니발이 국산 SUV 차량에서 보기 드물게 전 좌석 에어백을 장착해 가족을 태우기에 적합한 차라고 판단했다. 그 옵션이 아니었다면 굳이 이 차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이 분들의 공통된 얘기였습니다. 전 좌석 에어백을 기본 장착했다던 2011년식 카니발뿐 아니라 ‘전 좌석 에어백’을 옵션판매한 지난 3년 내내 카니발에 3열 에어백이…
한-EU FTA 번역 오류
2010년 12월24일 오후 7시께,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식당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출입기자들이 송년회를 열었다. 10월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공식 서명하고 12월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타결한 터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쪽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라고 권했다는 협상 뒷얘기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때 기자들은 “2010년 대외협상에 열중했던 통상교섭본부가 2011년에는 대내협상에 힘써달라”고 부탁했다.그러나 새해가 떠오르자 통상교섭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취재하면서 생경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입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가 털렸다는 최초 보도 이후 국정원의 소행으로 밝혀지기까지 과정을 지켜보고 취재하면서 국정원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가 제 생각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종 속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은 국정원의 치부와 문제점들을 속 시원하게 고발해주기보다는 ‘그 정도 실수는 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동아·연합 ‘상하이 스캔들’ 최초 의도와 달라 아쉬운 탈락
‘한-EU FTA 번역 오류’ 프레시안 보도가 한겨레 작품 도화선 역할나라 안팎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시기인지라 이번 심사에서는 다양한 특종들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취재보도부문은 ‘행안위, 정치자금법 개정안 기습처리… 청목회 사건 등 국회의원 입법로비에 면죄부(연합뉴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보도(SBS)’, ‘상하이 스캔들’ 최초 및 연속 특종 (동아일보)’, ‘상하이총영사관의 비위와…
SBS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등 선정
한국기자협회는 16일 제주도 제주칼호텔에서 제247회(3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민경중)를 열고 SBS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보도’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26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작이다.◇취재보도부문 △SBS 정치부 권영인, 이한석 기자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보도’◇경제보도부문 △한겨레신문 경제부 정은주 기자 ‘한-EU FTA 번역 오류 연속보도&r
1100억 혈세 투입 광주시내버스 준공영제 긴급진단
기사를 쓰면서 언제나 아쉬운 점은 의혹은 있지만 실체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많은 제보가 쏟아지지만 실체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광주광역시가 지난 2006년12월부터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역시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 시내버스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운영상의 허점, 취업 비리 등 지역 언론에서도 시민단체나 노동계의 코멘트를 통해 의혹 기사를 제기했지만 실체, 즉 팩트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준공영제’라는 제도 아래서는 버스업체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 간의 강력한 카르텔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광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 법정관리 비위 파문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법부가 신뢰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사회 곳곳에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들불처럼 일어나지 않을까. 또 그 폐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약자들의 몫이 되지 않을까. 결국 정의라는 단어가 사장되고 편법과 힘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지 않을까. 사법부가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이용훈 대법원장은 얼마 전 신임법관 임용식에서 “지난날 법률이 정의를 말하기보다는 소수의 권력 유지의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이 청렴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