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검사 비리 의혹

제25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경향신문 조미덥 기자


   
 
  ▲ 경향신문 조미덥 기자  
 
지난해 11월 사건 제보자를 취재하다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검사(여)가 부장판사 출신의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남)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수천만 원을 쓰고 법인 명의로 벤츠 승용차를 빌려 탔다는 것이었다.

가족도 아닌데 벤츠 승용차를 그냥 주진 않았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해당 검사의 사표가 불과 며칠 전에 수리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추가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나 곧 난관에 봉착했다. 남녀 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 어려웠다. 당시 검찰은 이러한 내용의 진정을 4개월 전에 받고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정인(여)과 변호사, 검사가 얽힌 치정극 정도로 사건을 국한해서 살피고 있었다. 더구나 검찰이 2010년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사건을 겪은 뒤라 사건을 적당히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법조인의 명예가 걸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던 중 변호사 자신이 연루된 형사 사건이 몇 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검찰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였다.

진정인을 만나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몇 가지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 변호사와 검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일부와 문제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있었다. 꼼꼼히 분석에 들어갔다. “구속영장도 고려해보겠대”, “○○○검사에게 말해놨어” 등 청탁을 암시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뒤 검사가 ‘샤넬 핸드백 값 540만원을 보내달라’고 독촉하는 문자메시지도 있었다. 그 시기에 법인카드로 539만원이 결제된 것도 찾았다. 청탁의 대가를 보여주는 정황이었다.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다. 그 문자메시지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 증거 불충분으로 내사 종결되는 흔한 사건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

다음날 일련의 문자메시지를 1면 그래픽으로 넣어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사건은 특임검사팀으로 넘어갔다. 이후 지난 12월28일 검사와 변호사 진정인 모두를 구속기소하면서 특임검사는 임무를 마쳤다.

특임검사팀은 부산지법의 한 판사가 변호사로부터 와인과 식사 등 17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밝혀내고 대법원에 징계 통보했다. 기소는 안됐지만 지역법관(향판) 출신 변호사들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아 온 지역법관들의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검사장 비리에 대한 의혹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진정인과 임신 중인 여검사에게도 인간적인 미안함을 느낀다.

검찰 내부에서는 평검사가 금품수수 비리에 연루된 것에 대한 충격이 컸고 그에 대한 대책도 고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올해부터 신임 검사를 뽑을 때부터 인성·자질을 평가하고 청렴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무부 주요 과제가 나왔다. 작은 변화지만 기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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