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美의회 연설은 로비 업체 작품이었다

제25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세계일보 한용걸 기자


   
 
  ▲ 세계일보 한용걸 기자  
 
‘MB 미 의회 연설은 로비업체 작품이었다’를 선정해준 심사위원과 이를 평가해준 기자협회에 우선 감사드린다.

수상을 하면서도 이 작품을 출품하기 전 가졌던 망설임이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배경부터 설명하고 싶다.

기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청와대가 미국 ‘로비업체’에 의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기자는 지난해 중반 ‘K스트리트’라는 책을 저술했다.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외교관들의 대미 로비 이면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은 미 법무부의 FARA(외국에이전트등록법)에 의해 신고된 내용을 기초자료로 삼아 제작됐다.

기자는 FARA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대미로비를 하면서 감출 수 없는 영역에 접근하게 됐다. 그것은 한국정부와 미국의 로비업체 간 체결된 계약문서이다. 미국의 법률자문, 컨설팅 업체는 외국정부 및 단체를 대리해서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 활동할 때 6개월마다 계약내용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 신고한 내용은 즉각 공개된다. 하지만 한국의 정부관계자들은 대부분 이 같은 계약내용이 공개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연설문 관련 계약문건은 지난해 9월 22일 주미한국대사관과 웨스트윙라이터스(West Wing Writers) 간에 이뤄졌다. 이 계약내용은 지난해 10월 19일 FARA에 신고 된 뒤 즉각 공개됐다.

기자가 이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언론계 동료들이 미국의 행정 절차상 공개되는 자료 취득 루트를 파악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로비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둘러볼 만한 FARA사이트(www.fara.gov)에 있는 자료를 기자가 먼저 본 뒤 보도했기에 이번 수상에 손을 선뜻 내밀기 민망했다.

이달의 기자상 출품을 망설이게 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기자는 첫 보도 이후 타 매체들이 인용보도하고, 예상외로 파문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책임감을 느꼈다. 정부관계자가 국회에서 해명성 답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주장의 진실성을 규명하고 싶었다.

후속보도를 위해 주미한국대사관과 거래했던 웨스트윙라이터스 소속 계약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기자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웨스트윙라이터스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다. 첫 보도에 대한 사명감에도 불구하고 후속보도를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작품이 미완성이라는 스스로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러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동료 류영현 부장의 안목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탁월한 안목으로 기사가 빛을 보게 했고, 보도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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