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돼지사체 비료화

제25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중부일보 김연태 기자


   
 
  ▲ 중부일보 김연태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국은 올해 초 구제역 공포에 떨었다. 정부는 ‘외양간’을 고치려 했다. 잃어버린 소·돼지 사체를 재활용해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다. 친환경 비료를 만들어 농가를 지원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취재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과정이 머릿속에 한 장의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남양주시에서는 구제역 매몰지에서 꺼낸 돼지사체 행방을 쫓았다. 농장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한나절 동안 ‘뻗치기’한 끝에 남양주시가 돼지사체를 꺼내 다른 지역 비료공장으로 옮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종의 시작이었다.

경기도청에서는 추가로 26곳의 매몰지를 발굴해 비료화하기 시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자그마치 돼지사체 2만5128마리와 소사체 890마리가 ‘친환경 비료’란 탈을 쓰고 논밭에 뿌려질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관련법을 모두 뒤져 비료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3개 법을 어긴 불법행위 사실을 보도했다. 물론 가축사체 비료가 뿌려진다고 반드시 2차 오염이 일어나란 법은 없다. 공무원들과 검역기관 관계자들도 같은 말을 했다.

‘만약’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인가 보다.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하나를 막아야 하는 게 당연한 도리 아닐까. 거창한 듯하지만 역사가 대신 답변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질병은 늘 말없이 찾아와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뒤안길로 사라졌다. 방심하는 순간에는 더 크고 무서운 놈으로 변해 다시 찾아오곤 했다.

정부는 이점을 망각했다. 경기도와 5개 시·군은 정부를 따랐다고 했지만 그 역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세균에 의한 2차오염도 살폈다. 검역기관은 80도 이상이면 웬만한 세균들이 다 죽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검역기관은 무수한 세균을 제쳐두고 구제역 바이러스와 살모넬라, O-157균 등 3가지 세균조사만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80℃ 이상에서 사멸되지 않는 세균도 많다고 했다. 이 중에는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도 다수 포함되고 세균 증식에 따른 2차 오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우리 사회가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간의 연속보도 후 관계기관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정책을 바꿔 지난 11월 전국에 가축 매몰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발굴한 사체를 소멸처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연달아 내려 보냈다.

3명의 기자가 일궈낸 커다란 보람이었다. 단순한 특종을 넘어 정부와 지자체들의 미온적 태도를 바로잡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 순간 ‘목숨 걸고 취재하고 혼을 담아 기사를 쓰라’는 선배 기자의 말이 가슴을 채운다. 평생 동안 가슴 속에 남을 말이다.

취재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길잡이가 되어준 선배 기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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