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방조제 유실

제25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전주MBC 박찬익 기자


   
 
  ▲ 전주MBC 박찬익 기자  
 
세계 최장 33km, 완공까지 19년, 쏟아 부은 혈세만 3조원, 새만금방조제는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환경론자들에게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개발론자들에게는 낙후된 지역을 일으켜 세울 미래 성장기반으로 마치 성역처럼 여겨져 왔다.

세계의 유례없는 대역사라는 자화자찬에 가려지고 환경의 재앙이 올 것이라는 경고에 묻혀 ‘방조제가 안전한가?’라는 문제제기는 지금껏 제대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

‘방조제의 안전성’은 문제를 제기하는 자체가 소모적인 논쟁거리로만 치부될 것이 뻔했다. 나 역시 카메라기자가 수중 촬영한 바다 속 방조제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십 년 경험의 다이버 전문가와 문제의 2호 방조제 앞 해저를 추가 촬영했다. 겨울이라 물속 시야는 매우 흐렸지만 촬영된 영상과 음파 탐지기를 통해 급경사가 진 방조제의 하반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설계도면에 따르면 방조제의 해저 부분은 완만하게 돼 있어야 하는데 일부 구간이 가파르게 깎여 있었다. 전문가들은 부실시공이거나 외부 환경에 침식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6개월 전 감사원이 1호와 4호 방조제의 유실과 안전성을 지적한 자료를 확보했다. 감사원은 방조제 상단부가 강한 파도에 유실되고 있고, 특히 1호 방조제는 도로를 높이는 추가적인 공사로 인해 하단부에 뒤틀림이 생겨 보강공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근본적인 보강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2호 방조제는 아무것도 지적되지 않았다.

취재결과 새만금방조제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끝물막이 이후 5년 동안 새만금방조제의 구조물에 대한 정밀점검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각한 안전 불감증. 하지만 ‘새만금방조제 유실’이 보도된 뒤 정부와 농어촌공사는 서둘러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급급했다.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정밀조사를 매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첫 조사부터 언론을 차단한 채 모든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됐다. 제보자와 함께 우리 취재진이 정부의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됐다. 결국 정부는 방조제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연 이 말을 누가 믿을까?

마지막으로 이 뉴스가 나오기까지 주변의 도움과 배려가 적지 않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 속에 들어가 생생한 영상을 담아준 홍창용 선배,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배려해준 회사와 데스크, 그리고 수시로 데일리 뉴스에 빠진 나의 빈자리를 메워준 선후배, 기꺼이 인터뷰를 허락해준 여러 교수님들, 끝으로 이 뉴스의 일등공신인 전북수중협회 조준 전무께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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