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투자 손실 SK그룹 보전 의혹 수사

제25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국일보 김영화 기자


   
 
  ▲ 한국일보 김영화 기자  
 
이번에 문제가 된 SK 사건은 재벌이 공적인 회사자금을 펀드와 저축은행을 이용하여 회사 밖으로 빼돌린 후 이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용한 중대범죄이다.

SK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수년 전부터 고위험의 선물옵션 투자를 해왔다. 무속인 김원홍씨의 권유에 의해서다. 물론 재벌 회장이라고 해서 선물옵션 투자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두 사람은 제1금융권에서 거액을 빌려 선물옵션 투자를 했다가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자 제2금융권의 저축은행에서도 거액을 빌렸다. 하지만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저축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지자 고안한 것이 바로 SK 계열사 자금을 펀드 출자금 명목으로 빼돌리는 것이었다.

이를 감추기 위해선 돌려막기가 동원됐다. SK텔레콤과 SK C&C 펀드 출자금 497억원을 처음 횡령한 뒤 해당 펀드의 설립 시기가 가까워오자 SK가스와 SK E&S, 부산도시가스가 투자하기로 한 또 다른 펀드의 출자금으로 메웠다. 하지만 이런 식의 돌려막기는 결국 매 순간 변제의 압박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저축은행을 통한 우회로였다.

SK 계열사 자금으로 만든 펀드자금을 예금형식으로 저축은행에 입금하면 저축은행이 이 돈을 담보로 SK 오너가 지정하는 차명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대출받은 돈은 실상은 펀드 자금이고, 더 정확히 얘기하면 SK 계열사 자금이다.

이런 식으로 최 회장 형제가 횡령한 액수는 1742억원이다. 또 최재원 부회장은 차명 보유 중인 비상장회사인 IFG 주식을 해당 펀드가 주당 350만원이라는 비정상적인 고가에 매입하도록 지시해 200억원가량의 손실도 입혔다. 합치면 최 회장 형제의 횡령 배임 액수는 2000억원대에 달한다.

비교적 상세하게 SK 오너 일가가 받고 있는 혐의를 소개한 이유는 이번 사안이 얼마나 부패하고 진화한 기업범죄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번 범죄에 악용된 베넥스 펀드는 중소기업을 위한 창투사이다. 또 저축은행은 영세 서민의 금고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이다.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제도를 재벌 오너가 악용한 것이다. 더군다나 2008년 당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 경제가 휘청거릴 때였다.

시장 권력이 정치권력을 넘어섰다는 진단은 하루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는 여지없이 증명됐다. SK는 막강한 정보력으로 압수수색 영장 발부사실도 미리 파악해 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취재팀도 사건 초기부터 관련 의혹을 취재하고 기사화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혼자 튄다’는 반응이 부담스러울 때도 많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SK 사건은 언론이 결코 침묵해선 안 될 사안임이 밝혀지고 있다. 그동안의 힘들고 외로웠던 취재 여정이 잘못된 길이 아니었다고 인정해준 한국기자협회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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