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대립 끝내는 통합의 역사를 위해”
1986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 세상은 그가 몰랐던 역사로 가득했다. 학우들의 분신자살사건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핏빛으로 물든 5월 광주를 보며 역사에 절망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건국 이래 최대인 1288명이 구속된 ‘10·28 건대 항쟁’에도 연루돼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됐다. 대학생활과 사회부 기자 초년병 시절 그의 머릿속에는 이런 실존적 고민이 지배했다. 그런 그에게 1991년 김지하 시인의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라는 외침은 생소함을 넘어 “이해불가&rdqu
“기자 사명에 큰 책임감…사회고발 보도가 꿈”
처음 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번 튀어 보려고 조선일보 시험 보냐”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소속사에서조차 그의 도전을 말릴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가슴 속에 ‘기자 조정린’에 대한 꿈은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다. 조선일보 필기시험 탈락, 이후 TV조선 인턴기자 2개월, 그리고 지난해 9월 TV조선 수습공채 기자 입사로 결국 꿈은 이루어졌다.그는 제법 촉망받는 연예인이었다. 조 기자는 2002년 ‘팔도모창가수왕’으로 연예계에 데뷔해 MBC…
“언론 역사는 언론인들의 정신적 지주”
“나는 죽을지라도 신보는 영생케 하여 한국동포를 구하라.”37살의 영국인 배설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짧은 생을 마치며 이 한마디를 남겼다. 마지막 유언을 통해 그가 왜 한국에서 신문을, 구한말 항일언론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일제 치하라는 엄혹한 시절에 ‘신문’이야말로 한국을 구할 수 있다는 유일한 매체라는 외침이다.한국 언론역사 연구의 대표 학자로 꼽히는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대한매일신보와 배설’을 출간했다. 지난 1987년 발간
“일방적 리드도, 지나친 의존도 하지 않겠다”
영화 ‘여인의 향기’의 명장면을 떠올려보자. 자살을 결심한 맹인 퇴역 장교 프랭크 슬레드(알 파치노)는 묘령의 여인 도나(가브리엘 앤워)와 탱고를 춘다. 부드러운 현악의 선율에 남녀가 손을 맞대고 서로 밀고 당기는 스텝과 회전은 상대에 대한 신뢰와 호흡, 그리고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동아일보 첫 여성 노조위원장인 이지은 기자는 ‘두 개의 심장과 세 다리로 추는 춤’이라는 표현으로 출사표를 던졌다.“탱고는 언뜻 보면 남녀가 알파벳 A처럼 서로 기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역동적 ‘맨 파워’가 아시아경제의 힘”
아시아경제신문이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지난 2011년 대주주의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아시아경제는 지난해 9개월간 법정관리를 받는 등 수많은 굴곡을 지나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방송송출 서비스 회사인 KMH에 인수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유상증자로 부채를 정리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난 2월 새롭게 선임된 박종인 편집국장은 “(앞으로가) 기대되면서도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박 국장은 취임 첫날부터 기자들에게 ‘차별화’를…
“온·오프 구분 없애야 진정한 뉴스룸 통합”
“우리가 생산하는 것은 매체가 아니라 ‘콘텐츠’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온·오프라인의 통합 역시 콘텐츠의 통합이다.”지난 22일로 취임 한 달이 지난 한겨레 유강문 편집국장의 고민은 ‘콘텐츠’에서 출발한다. 지면 개편이라는 말 대신 ‘콘텐츠의 혁신’이라 일컫는다. 그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서부터 한겨레의 변화를 찾는다.이미 모든 신문들이 절감하는 신문의 위기를 타개할 방책도 콘텐츠에
‘임신 중 암 발병’ 불행을 축복으로 바꾸다
“가슴에 ‘C’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암 환자였다는 낙인이다. 그래도 나는 그 ‘C’를 ‘Cancer’ 대신 ‘Can’으로 바꿔 생각하려 한다. 살아남았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니까.”한국경제신문 이미아 기자가 이 달 ‘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를 출간했다. 암 환자로 지냈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이 기자는 올해 2월 투병생활을 마치고 회사에 복직했다. 2010년 9월…
“보수·진보 아우르는 유연성으로 신문위기 돌파”
“신문 콘텐츠의 유료화, 신문과 방송의 미디어 융합 뉴스룸 완성. 이 두 가지 과제가 우리 앞에 엄중하게 놓여있다.”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지난달 27일 신임 편집국장으로 취임한 데 대해 “중압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선일보가 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유가부수 100만을 넘는 1위(135만부, 2011년 ABC 자료)를 기록하고 있지만, 신문의 쇠락 현상에서 조선일보도 예외일 수는 없다.강 국장은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온라인을 통한 유료콘텐츠 사업이 성공을
‘무너진 공정방송’ 절규하던 그 기자…진정한 독립언론 꿈꾼다
프랑스 68혁명의 상징인 파리의 도심 바리케이드 뒤의 키스하는 연인처럼, 베트남전의 상징인 네이팜탄의 굉음에 울부짖는 소녀처럼, 한국 언론사의 역사적 상처인 YTN사태에도 모든 이의 가슴에 문신으로 남아있는 상징이 있다.“방송 잘 하자고, 제대로 뉴스해보자고 한 게 이런 겁니까. 제 젊음을 바쳤습니다. 이 회사에….”2008년 7월17일 열린 YTN 임시 주주총회. 구성원들이 한사코 반대했던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 사장이 둔탁한 의사봉 소리와 함께 탄생하던 날. 최기훈 기자는 흐느끼며 단상의 간부…
“취재현장서 밀려난 중견기자들 역할 고민”
김유석 SBS 기자가 제6대 방송기자연합회장에 취임했다. 김유석 신임 회장은 1988년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뒤 1991년 SBS에 입사해 스포츠취재부, 사회부, 경제부를 거쳐 스포츠 취재부장을 지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각종 국제 대회들을 두루 섭렵한 것은 물론,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총괄 취재팀장과 개회식 해설을 맡았을 정도로 풍부한 스포츠 취재 이력을 자랑한다. 그런 그가 보직을 내려놓고 전국 2700여명의 방송기자들을 대표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 이전 정권이 남겨놓
“도전과 혁신은 새 시대 살아갈 생존 전략”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기업가 정신’이 세상에 퍼져 나갔으면 해요. 기업가의 혁신과 창의적인 정신은 우리의 삶을 바꿔 놓지요.”기술 혁신으로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가 있다. 지난 1월 ‘경영의 신1’과 ‘유한킴벌리 이야기’ 2권을 잇달아 출간한 정혁준 한겨레 기자(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다. 1세대 창업주들의 도전 정신을 담아낸 ‘경영의 신’ 시리즈
“화려한 구호 대신 구체적 행동으로”
지난 5년간, 쉬지 않고 싸웠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언론노조 산별 단위의 총파업만 수차례. 지난해에는 산하 지·본부들의 사상 첫 연쇄 파업까지, 숨 돌릴 틈이 없었다.그러나 참 많이도 졌다. 언론자유를 염원하는 1만2000여명 언론노동자들의 함성은 번번이 불통의 벽에 가로막혔다. 돌아온 것은 징계와 탄압이요, 늘어나는 것은 해직자들뿐이었다.혹자는 말한다. 진보의 위기, 운동의 위기라고. 언론운동 진영도 예외는 아니다. 치열한 싸움의 끝에서, 혹은 새로운 싸움의 시작을 앞둔 언론노조의 행보는 그래서 중요하다. 박근혜
“조합원들 불면증 등 고통 심각…힐링 프로그램 계획”
육지에 사는 펭귄은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곳엔 천적도 많기 때문에 펭귄은 바다를 무서워한다. 머뭇거리는 펭귄 무리에서 용감한 하나가 먼저 몸을 던지면 다른 펭귄들도 잇따라 뛰어든다. 이 용감한 펭귄을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 한다. 170일의 파업 이후에도 정상화의 기미가 요원한 MBC에서 2000명의 조합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노조위원장을 맡는 건 ‘퍼스트 펭귄’이 되는 일과 같았다. 5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이성주…
30년 경제전문기자, 한국의 경제를 해부하다
한국경제는 1997년 불어 닥친 경제위기를 자기반성·개혁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외부 충격을 막을 방안을 궁리하는데 골몰했다. ‘IMF 외환위기’란 작명 역시 국가 위기를 IMF가 조장했다는 해석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재벌 개혁, 비정규직 문제, 빈곤층 확대, 청년 백수 등의 문제가 차츰 누적됐다. 그 결과 지난해 대선에서는 이에 따른 불만이 터져 나왔다.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책 ‘절벽에 선 한국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했다. 송 주간은 4일 인터
“흑자 전환·부수 확장으로 서울신문 중흥원년 이루겠다”
서울신문 이철휘 사장은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했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줄곧 공직사회에 몸담았고 직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을 지낸 그가 언론사 사장으로 변신한 지 반년 남짓 지났다. 언론사 경험이 전무한 탓에 임기 시작 전 그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기대’로 바뀌었다는 게 서울신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 사장실에서 만난 이철휘 사장은 “서울신문의 중흥을 위해 수익구조 다각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