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된 이념 아닌 국민의 상식이 뉴스 기준"

한국방송대상 앵커상 받은 김성준 SBS 앵커


   
 
   
 
요즘 지상파 방송 앵커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김성준 SBS 앵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 지난 3일 제40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앵커상을 받은 것은 작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클로징코멘트’는 네티즌 사이에서도 항상 화제의 중심에 오른다. 물론 찬반이 엇갈린다. 하지만 다른 지상파 앵커들은 움츠러들어 있다. 그의 ‘촌철살인’이 두드러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온갖 정보가 공중에 부유하는 요즘 아닙니까? 방송뉴스가 속보나 단순 정보만 제공해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SBS뉴스는 이런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시청자들에게 말씀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리고 더 나아가 뉴스를 보는 관점을 소개하는 것이 클로징코멘트입니다.”


코멘트를 탄생시키는 과정은 전적으로 김 앵커의 몫이다. SBS는 그에게 일체의 간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2011년 3월부터 2년 반 앵커를 하는 내내 그랬다. 최대한의 재량권을 보장한 것이다. 코멘트는 앵커의 사견이 아니라 SBS의 보도 지향성을 집약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앵커를 맡은 초기에는 코멘트가 없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뉴스의 관점’이 필요없는 날이 있을 수 있을까. 매일 코멘트를 남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하지만 진영논리가 압도하는 한국사회다. 뉴스 앵커의 한마디는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부정선거 방송의 주범’ ‘종북앵커’라는 양극단의 마타도어도 그래서 등장했다. 무작정 ‘당신은, SBS는 보수냐, 진보냐’ 양자택일을 강권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그를 ‘종북좌파’라고 비난하는 쪽은 그가 실향민 아버지를 두고, 정치부 현장기자 시절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출입기자를 비롯해 대부분 새누리당 계통의 당을 출입했던 사실은 모르고 있다.


김 앵커는 그럴 때마다 복기하는 원칙이 있다. ‘진영논리를 의식하지 않는다’, ‘클로징의 기준은 이념이 아니라 상식이다’라는 것이다. 이념 과잉으로 좌우 양극화된 사회 여론에 주눅 들지 않아야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 정파적 이념에 휘둘리기보다는 상식을 지키는 것이 시청자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것이다.
여기에 ‘진실은 무엇인가’라고 항상 질문하는 저널리스트의 본능이 ‘클로징코멘트’로 버무려져 SBS에 채널을 맞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가장 잊지 않고 되새기는 코멘트 역시 2011년 3월21일 8시뉴스 앵커로서 첫 방송 때 한 것이다. “SBS 8시 뉴스는 앵커까지 바뀌더라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뉴스의 진실을 찾고 파헤쳐서 시청자 여러분께 전해 드리려는 노력입니다.”


지상파의 막내격이던 SBS 뉴스가 ‘진격’하기 시작한 것도 그가 앵커를 맡은 이후와 묘하게 맞물렸다. “1등이 될 수도 있고, 3등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시청률 순위는 그리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노력하니까 신뢰가 조금씩 쌓이는구나”라는 보람은 느낀다. “SBS는 뉴스라고 판단되면, 권력이든 자본이든 공격받을 것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100% 자신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이 형성되고, 더 열심히 하면 더 큰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확신은 들어요.”


종편을 비롯해 수많은 뉴스 채널이 등장한 환경 변화에도 ‘신뢰’는 중요한 열쇠라는 게 김 앵커의 생각이다.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앵커들이 시청률을 챙기는 세태에도 흔들려서는 안되는 원칙이다. “진실을 말하고, 객관성을 지키고, 약한 자를 배려하면서 힘 있는 세력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 그것에만 충실할 수 있으면 앵커가 어떤 치장을 하더라도 문제는 없다고 봐요. 하지만 일정한 범주는 있죠. 그걸 벗어나면 뉴스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가 됩니다.”


보도국에서 떨어진 뉴스스튜디오에서 보내는 그의 하루는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현장 기자 시절엔 출입처만 해도 만나자는 사람이 줄을 섰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특위터의 140자 멘션도 그에게는 소중한 목소리다. “적당히 코멘트하면 편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그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런 것이다. “SBS뉴스는 진실을 말하는구나, 상식을 말하는구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