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알았던 유일 인물…언론 숙제로 남아"

최필립 이사장 별세 소식 접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


   
 
  ▲ 최성진 기자(사진=한겨레)  
 
지난해 한겨레가 보도한 ‘MBC -정수장학회 비밀회동’의 핵심인물인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지난 18일 별세했다. 지난 2005년부터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 등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불렀다.

이를 보도했던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인간적으로 취재원-기자로서 함께한 오랜 기간을 돌아보며 애도하는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사적 평가는 엄정하게 내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추진에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합리적 의심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8일 최 전 이사장과 이진숙 전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만나 언론사 지분 매각을 추진한 목적과 배경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있다. 당사자인 최 전 이사장이 고인이 되면서 지분 매각 계획에 대한 진실 규명은 장애물을 만났다. 최 기자는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인데 안타깝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규명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이사장이 언론 등을 통해 그 과정이나 배경을 정확히 밝힌 적은 없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 혐의로 기소된 최성진 기자 공판에서 지난 5월 증인으로 출석해 일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최 전 이사장은 “지분매각 방안을 지시한 적은 없다”며 “희망사항일 뿐 지분 매각 권한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MBC측에서 지분 연구와 매각을 추진해왔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최 전 이사장이 매각을 희망해 도와달라고 했다는 이 전 본부장의 증언과 상충한다. 최 기자는 “지분 매각을 추진하지 않았다거나 개인의 독단적 결정이라는 주장 모두 타당하지 않았다”며 “공적인 성격의 언론사 지분을 이 같은 과정으로 매각하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 최 전 이사장은 언론과의 접촉이 드물었지만 최 기자의 인터뷰에는 상당수 응했다. 수차례 대면·전화를 통해 지난해 2월 보도된 토요판 커버스토리가 그것이다. 최 기자는 당시 정수장학회가 쟁점화되면서 솔직한 대화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 짐작했다. 최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 거취 의견을 구했을 때도 언론·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설명하고 “물러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믿는다”고 조언했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솔직하지만 최대한 무례하지 않게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는 10여년간 이사장을 지내며 ‘인(人)의 장막’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근본 관점은 다르지만 하나의 통로가 된 듯하다.”

최 기자는 지난달 1심에서 ‘청취’는 유죄, ‘녹음’과 ‘보도’는 무죄를 받고 현재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그 는 “정수장학회의 투명한 사회 환원은 역사적 과제”라며 “박정희 군사정권이 강탈했던 정수장학회의 투명한 사회 환원은 진전된 것이 없다. 드러나지 않은 지분 매각의 진실과 박 대통령에 대한 의혹 등 책임감을 갖고 보도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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