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사장, 서울-지역 네트워크 해체 기도"
김한광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수석 부위원장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3.10.02 13:55:13
“우리가 망해가는 회사의 종사원입니까.”
지난달 26일, 잇단 상여 체불과 관련해 김종국 MBC 사장을 규탄하기 위해 여의도 MBC 본사 앞에 모여든 150여명의 지역MBC 조합원들을 향해 김한광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수석 부위원장은 이렇게 물었다. “지역 계열사가 MBC 경영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는 김종국 사장의 발언에 대한 노여움 섞인 반문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반세기 동안 지역 일선에서 당당한 언론인으로 소임을 다해온 우리를 부실기업의 부끄러운 근로자로 낙인을 찍고 있다”면서 “김종국 사장은 경영자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감과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도 없이 이익만 뽑아먹는 천박한 장사꾼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추석, 지역MBC 12개사에선 추석상여가 지급되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두고 김종국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경영 적자를 이유로 “서울 외에 추석 상여는 없다”고 통첩을 띄운 결과였다. 앞서 지난 7월에도 지역 14개사에서 특별상여가 지급되지 못했다. 지난 6월 김종국 사장이 지역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경영 실적이 저조하다”며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자 행해진 조치였다.
이를 두고 지역MBC 구성원들은 “사장직 연임을 위한 지역사 고사 책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주MBC 지부장을 지낸 김한광 부위원장은 “서울 본사에선 자기 인사 하나 제대로 못하는 김종국 사장이 임기 3년을 보장받을 실적을 내기 위해 만만한 지역사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얼마 전까지 지역사 사장을 지낸 사람의 행태”라며 “본·계열사의 수직·종속적 구조에서 비롯된 명백한 갑의 횡포”라고 일갈했다.
김 부위원장은 “김재철 전 사장 시절에도 지역의 광고 배분 몫은 문제가 없었는데 김종국 사장이 오자 광고 배분율이 심각하게 왜곡되기 시작했다”면서 “이를 목줄로 쥐고 영업 적자니까 임금을 줄 수 없다면서 나아가 유료방송 재전송료까지 욕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MBC는 “유료방송 재전송료 207억원 가운데 지역 몫인 100억원의 지급을 김 사장이 막고 있다”며 “지역MBC의 흑자 전환을 두려워 보류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일련의 사태에서 김 사장이 자리 보전 이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과 지역을 가르고 네트워크를 해체한 뒤, 최종적으로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 허물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을 자리 보전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권력에 통째로 바치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보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들이 더욱 두렵다”면서 “지역의 정당한 권리 회복과 생존권 사수를 위한 끝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