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벌가의 투자법
‘그 많은 미국 부동산을 무슨 돈으로 샀을까?’ 백승우 기자가 미국으로 떠난 뒤 나에게 남겨진 몫은 부동산 구입자금의 출처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취재’보다 ‘수사’에 가까운 이번 취재의 시작은 무거운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해외 발행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무기명 채권, 비상장사 주식 처분 등. 가능성이 있는 자금원을 쭉 써서 정리하고 무작정 효성 관련 공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효성의 감사보고서 주석사항은 물론 효성과 그 계열사 공시도 빼놓지 않고 찾아
청와대 최고위층, 국세청 안 국장 사직서 종용
검찰이 국세청 안원구 국장을 한밤중에 체포, 안 국장과 C건설 배 모 회장의 엇갈린 진술, 청와대 최고위층의 사직서 종용,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법조기자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검찰 수뇌부의 움직임을 지켜볼 때 직감적으로 검찰보다 윗선이 개입됐다는 의심을 갖게 됐다. CBS 법조팀은 곧바로 안 국장의 긴급체포과정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먼저 취재원인 안 국장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국세청 안원구 국장 야간에 체포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다. 그리고는 취재대상을 검찰은 물론이고 안 국장의 체포과정을 지켜본
한국일보 법조팀 ‘효성’ 기사 집요한 추적 높이 평가
부산MBC ‘우리는 애국가를…’ 시의적절한 보도·사료적 가치 호평제23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7개 부문에 40편이 응모해 5개 부문,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효성 수사 축소 의혹’ 연속보도와 ‘청와대 행정관 통신3사 기금 압박’ 보도 등 2편이 선정됐다. 한국일보 법조팀의 ‘효성’ 기사는 심사위원 전원에게서 합격점을 받았다. 대검이 효성그룹에 관한 범죄 첩보 10여
세금 한푼 안 낸 토플 주관사
“Have you failed TOEFL test?(토플 시험을 망쳤던 적이 있나요?)”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응시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롤란드 데이비스 영국문화원장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물어본 말이다.ETS 장학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취재원까지 섭외해주고 여러 가지로 협조했던 대행사에는 냉혹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하지만 한국이 토플을 가장 많이 보는 국가이기 때문에 받은 것을 돌려주고자…
우리는 애국가를 불렀다
처음 만들어보는 70분 분량의 보도 다큐멘터리.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막막함으로 ‘부마민주항쟁’이라는 주제만 잡은 취재는 출발부터 뒤뚱거렸다. 게다가 마음 한구석에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하게 표출되고 있던 ‘좌우 이념대립’ 문제를 어떻게 풀어 볼 수는 없을까 하는 동떨어진 고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정국 속에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의 극단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느낀 답답함이 너무 컸기에 ‘기사’를 통해 해결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만의 빛바랜 축제
전국체전 개막식이 열린 지난 10월20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은 그야말로 올림픽에 버금가는 화려한 개막행사로 들떠있었다. 국제 수준의 시설과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볼거리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열심히 담아내는 취재진과 중계진.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취재진 속에 나도 함께 호흡하고 현장을 누비며 무언가를 담아내기에 분주했다. 하지만 내가 담아내고자 했던 건 그런 화려함 뒤에 숨겨진 전국체전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출장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기에 끼니를 걸러가며 숨 가쁜 취재를 했다. 그 과정에
외국인 폭력조직 대해부
“외국인 조폭 실체를 한번 파헤쳐봐.”9월 초순 어느 날 저녁, 오병남 편집국장의 주문이 떨어졌다. 머릿속에 ‘청천벽력’, ‘당혹’, ‘난감’ 같은 단어가 스쳤다. ‘조폭’만 해도 버거운데 ‘외국인’과 ‘실체’라는 낱말이 앞뒤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외국인 조폭’이라고 입력해 봤다. ‘베트남 하노이파 조직원 검거’ &
청와대 행정관 통신3사 기금 압박
역시 그랬다. 권력의 사건 처리 방식은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 의혹이 짙었다. 책임자들은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손발이 돼 움직인 실무자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방식. 사건이 주는 충격보다 국민들을 더 허탈하게 만드는 ‘권력의 자기방어 시스템’이다. 지난 9월 중순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과장 출신인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 3사 관계자를 청와대로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코디마)에 거액의 기금을 출연토록 압박했다는 정황을 접했다. 코디마는 현 정부의 ‘I
효성 첩보보고서 단독입수
‘효성 건설부문 임원 2명 기소, 효성수사 종결.’헛웃음이 나왔다. 길고 길었던 효성수사의 종결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지난 9월30일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 전파된 검찰 공식 ‘풀’ 내용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누구도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효성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06년 은밀하게 시작됐다. 3년 전의 일이다. 수사 본격화 시점으로 따져도 1년6개월을 넘긴 길고 긴 수사였지만 결과물은 너무도 초라했다. 검찰은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 일반 사건보다 더 철저히 수사했다&
부산MBC ‘미세먼지의 비밀’ 다큐멘터리 진수 보여줘
제229회 ‘이달의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39개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17편이 예심을 통과한 뒤 7개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전체적으로 보면 신문 쪽의 수작이 적었던 반면 상대적으로 방송사의 활약이 돋보였다.취재보도 부문에서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힌 SBS 사회팀의 ‘어깨 탈구 병역 비리 수사’ 보도는 속보성은 물론, 끈질긴 후속 보도를 통해 특종의 가치를 높였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오랜만에 KBS 탐사보도팀이 두 편의 수상작을 내는 관록을 되찾았
외환위기 비밀문서-IMF와 ‘트로이 목마’
외환위기 당시 IMF 합의에 따라 구체화됐던 제도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온 것일까? 외환위기 10년째를 앞둔 지난 2006년, 취재진이 관련 기획을 준비하며 던진 질문이었다. ‘국가주도형 시장 경제체제’에서 ‘완전 개방형 경제체제’로의 대전환은 10여년간 한국사회 구조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그 질문은 자연스레 IMF는 당시 어떤 방향으로 한국사회가 변화하길 원했으며, 또 IMF의 실질적 대주주인 미국은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 있었는
신종플루 거점병원 내 최초감염
‘장기간 입원해 있던 환자가 신종플루에 감염됐다.’평소처럼 보건당국에 신종플루 확진환자를 체크하면서 우연히 들었던 얘기였다. 그게 취재의 시작이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고위험군 환자가 병원 내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 취재진도 충격에 빠졌다. 본격적으로 취재가 이어지면서 거점병원에서 일어난 숨겨진 진실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병원 감염의 특성상 취재에 어려움이 많았다. 병원 내부에서는 함구령이 내려질 만큼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고, 보건당국도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또 대부
학생들 건강 담보 잡은 교육계
지난 3월 초 우연히 식당 옆 테이블에서 학부모와 아이 사이에 오간 “물백묵 칠판이 분필가루는 안 날려서 좋은데 잘 안 보인다”는 내용의 대화가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취재는 시작됐다.다음날 도내 초·중·고교 가운데 물백묵 칠판을 사용하는 학교 명단을 뽑아 취재에 돌입했다. 교실 뒷문으로 들어가니 아이의 말대로 칠판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 비침 현상이 취재 중에 목격됐다. 곧이어 해당 제품이 한국표준협회 산업 표준 심의 기준 광택도에 크게 못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미세먼지의 비밀
“다큐멘터리 소재로 ‘먼지’ 아니 ‘미세먼지’를 다룬다고?” 창사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획안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었다. “그림이 우선이다!”라는 말을 수습기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나로서도 사실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대기오염과 관련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기획안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당시는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아스베스토스’(석면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후반 작업이 진
전자발찌 1년, 내 아이는 안전한가?
아이템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지난 6월 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탐사보도 연수자리였다. 콘퍼런스 과정은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자신이 만든 기사나 보도물을 상연하는 것을 위주로 구성됐다. 방송쟁이다 보니 뉴스나 다큐멘터리 상연에 자연 관심이 갔다. 그런데 성범죄를 주제로 한 ABC 방송 기획물을 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영어가 짧아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방송은 가해자의 얼굴을 체포단계에서부터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미국 기자에게 물었다. ‘소송 안 걸리나?’ 1편 방송에서…